김종욱 해양경찰청장 “기본 충실, 현장에 강한 국민의 해경 만들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윤상구 인천본부장, 정리=신재은 기자 2024.08.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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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초대석]광역해역 상황 24시간 감시, 대규모 사고 구조 역량도 강화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사진제공=해양경찰청▲김종욱 해양경찰청장/사진제공=해양경찰청


“바다에서 국민이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해경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2023년 취임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과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 김 청장은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며 현장에서 강해야 한다”며 해경의 정책을 설명했다.

해상 마약 범죄 차단 위해 예산 증액·국제 협력 강화
▲지난 2월 8일 부산 신항에 입항한 화물선에서 대량의 코카인 발견됐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지난 2월 8일 부산 신항에 입항한 화물선에서 대량의 코카인 발견됐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
사회 암적인 존재로 퍼지는 해상 마약 범죄 대응도 그중 하나다. 김 청장은 “선박을 통해 이뤄지는 해상 마약 밀반입, 은닉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마약이 운송, 반입될 수 있는 만큼 원천 차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경은 해양마약수사전담팀을 신설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국내외 기관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최신 마약 탐지 장비 보강에 나섰다. 올해 해경이 확보한 마약 수사 역량 강화 관련 예산은 9억6000만원으로, 2022년 대비 약 6배 증액된 수치다.

마약 밀반입 단속을 위해 협력 체계도 강화했다. 해경은 국내 유관기관 및 국제기구, 마약 공급 국가와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촘촘한 차단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해경은 마약 밀반입 정보 공유 등을 위해 관세청, 콜롬비아 및 에콰도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범정부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에 참여해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공조시스템을 다졌다.



해경은 오는 10월 말 세계 최초 해양 치안기관이 모이는 ‘해양마약범죄수사 국제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다. 김 청장은 “기존 중남미와 태국 등 동남아 마약 생산, 유통국과 협력망 확대를 위해 국제회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 인터폴 등 국제 유관기관과 마약 관련 주요 생산(유통)국, 국내외 해양 마약 수사 전문가 그룹이 참여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앞으로도 해양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을 차단해 밀반입, 유통, 투약으로 이어지는 악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명조끼 착용, SOS 구조 버튼 홍보…국민안전 위한 인식 개선 진행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통영 여객선터미널을 방문해 안전관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통영 여객선터미널을 방문해 안전관리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
김 청장은 여름철 급증하는 해양 사고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해양 사고는 육상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연적, 물리적 한계와 제약 요건이 많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구명조끼 착용’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해양 사고 발생 시 구명조끼 착용 여부가 피해 규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최근 2년 동안 연안에서 사고가 난 1800여 명 중 84%인 1600여 명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 지난해 연안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120명 가운데 92%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휴가철을 맞아 대형마트, 관공서와 협업해 구명조끼 착용 홍보 포스터를 전국 602개소에 배포했다. 대형마트 고객을 대상으로 구명조끼 착용법과 심폐소생술 등 안전수칙을 안내하는 홍보 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SOS 구조 버튼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사고 발생 시 사고 내용과 위치를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선박에 설치된 조난신호 발신 장치의 빨간색 SOS 조난 버튼을 누르거나 통신기를 이용해 음성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경은 지난 5월 1일부터 전국의 기관장, 홍보대사, 어민 등을 대상으로 ‘SOS 버튼 누르기’ 릴레이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김 청장은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해경의 임무”라며 “유능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해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해경 최초 순경 출신 해경청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8일 인천 서구 아라서해갑문에서 열린 제7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8일 인천 서구 아라서해갑문에서 열린 제7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김 청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지난해 1월 제19대 해양경찰청장에 올랐다. 1989년 순경으로 임용돼 차관급인 해경청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순경으로 시작해 해경청장으로 임명된 경우는 1953년 해경 창설 이래로 처음이다.



그는 약 33년의 공직생활 동안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 수사과장, 울산해양경찰서장,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본청 수사국장,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청장 내정 당시 김 청장은 함정·안전·수사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거쳐 해경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됐다.

김 청장은 항상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장 부임 이후 여러 사건을 지휘하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긴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 구조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청장으로 있으면서 각 지방청장, 경찰서장 등 지휘관들에게 국민과 현장을 중심에 두고 해양 상황 대응 시 전문성 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지식과 지혜를 쌓으라고 당부했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과 윤상구 인천본부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김종욱 해양경찰청장과 윤상구 인천본부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해경을 이끌어온 소회는
▶해양경찰청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오직 국민의 안전과 해양 주권을 수호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현대는 국가 안위가 바다에 의해 결정되는 해정학(海政學) 시대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강인한 해경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에 강한 국민의 해양경찰’이라는 비전에 도달하기 위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해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 ‘강한 해경’을 만들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국민이 바라는 ‘강한 해경’이 되기 위해 6대 모멘텀(△해양경비력 △현장대응력 △수사력 △과학기술력 △협력 △실행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해양경비력 강화를 위해 해양정보융합플랫폼(MDA) 체계를 구축 중이다. AI, 인공위성, 무인기 등 첨단과학 기술력을 활용해 수집된 정보를 융합, 분석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MDA 구축이 완료되면 연안해역 외에 광역해역에 대한 24시간 상황 감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민간해양구조대를 국가 인정 민간조직으로 명시하는 ‘해양재난구조대법’ 제정을 통해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양강국 건설’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해양수산부, 해군 등 관계부처와의 협업도 공고히하고 있다.



- 해양 재난·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구조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해양 사고는 육상과 달리 다양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수상·수중 특수 구조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 실전형 훈련을 진행하는 이유다. 대규모 해양 사고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민·관·군이 함께 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응급환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유관기관과 협력해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해상 응급환자 이송정보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2025년 1월 정식 운영을 목표로 한다.

- 신속·정확한 구조를 위해선 장비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대응과 구조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를 확충하고 있다. 10년 이상 된 노후 구조정 2척을 교체하는 한편 기존 구조정을 증톤해 신형 구조정으로 설계 후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조대원의 안전 확보를 위한 장비, 최신 수중 탐색 장비도 확대 보급하고 있다.

- 해양안보 강화를 위해선 국제 협력 관계 구축도 필수적일 텐데
▶수색 구조, 마약 단속 등 국민 안전을 위해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해경은 17개국 25기관과 포괄적 안보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 이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에콰도르와 3000톤급 퇴역 경비함정 양여협약을 체결했고, 8월에는 베트남에 경비함정 2척을 인계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 해양 치안 기법을 타국에 전수할 수 있음은 물론 퇴역 함정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공여국 지위로 올라서게 됐음을 보여준다.



- 우리나라 최초로 ‘아시아 해양치안 기관회의’도 개최했다고
▶지난 6월 17일부터 20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제20차 아시아 해양치안 기관회의’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호주 등 18개 국가와 ‘ReCAAP(아시아해적퇴치협정)’, ‘UNODC’ 등 2개 국제기구가 참여해 글로벌 해양안보와 안전 등에 관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해경은 창설 이후 70년간 쌓아온 해양 안보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을 소개하는 등 미래의 해양경찰 체계 구축 비전도 제시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해경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여름철 재난, 재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의 대비책은
▶해경은 태풍 내습기에 철저한 대비와 선제적 대응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먼저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에 나선다. 지휘부가 직접 취약 개소를 점검하고 상황 발생 시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관리할 예정이다. 위험구역 점검과 순찰을 통해 연안 위험 구역의 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상 불량 전 선제적으로 출항을 통제하고 조기 입항을 유도하는 등 선박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 민간해양구조대, 민간드론수색대 등을 활용해 위험 구역에 대해 항공 순찰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PROFILE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1968년 경상남도 거제 출생
●경상대학교 법학대학원 박사 수료
●해양경찰청 수사과 과장(총경)
●제20대 울산해양경찰서 서장
●해양경찰청 감사관(경무관)
●제12대 해양경찰교육원 원장(치안감)
●제15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제19대 해양경찰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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