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 추이/그래픽=김지영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해외주식형 펀드(ETF 포함)의 순자산은 70조577억원으로 국내주식형 펀드 순자산(66조5836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21일 해외주식형 펀드가 69조6981억원으로 국내주식형 펀드(68조6570억원)를 처음 앞지른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설정액 기준으로 보면 해외주식형이 45조814억원으로 국내주식형(47조5143억원)을 약 2조원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설정액 추이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최근 6개월 간 국내주식형에서는 1조338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해외주식형에는 7조2136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설정액 기준으로도 해외주식형이 국내주식형을 앞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펀드로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국내증시가 '박스피'(박스권+코스피)로 불리며 답답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인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연평균 10%대 중후반의 높은 수익률로 차별화를 보였다. 미국증시도 단기적으로 손실을 내기도 하지만 장기성과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팬데믹 이후 수익률만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2020년 1월2일부터 지난 29일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27.1%인 반면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67.7%, 91% 상승했다. 국내증시는 여전히 3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증시는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해외주식형이 평균 12.85%로 국내주식형(2.87%)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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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늘어나자 투자상품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S&P500과 나스닥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테마형과 액티브(지수 대비 적극 운용하는 전략) 상품 출시가 크게 늘었다. 빅테크(대형 기술주) 비중을 높인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배당주, 커버드콜(콜옵션 매도 전략), 비만치료제, AI(인공지능)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졌다.
올해 순자산 증가 상위 상품을 보면 'TIGER 미국S&P500 (18,550원 ▼25 -0.13%)'이 연초 대비 1조9758억원 늘어난 4조144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17,245원 ▼190 -1.09%)'과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19,905원 ▲150 +0.76%)'는 올해 각각 1조원 가량 순자산이 늘었다. 배당 상품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11,680원 ▼100 -0.85%)'도 올해 8632억원 증가한 1조1746억원을 기록했다. 'KODEX 미국S&P500TR (16,955원 ▼15 -0.09%)'과 'ACE 미국S&P500 (18,760원 ▼15 -0.08%)'도 올해 순자산이 각각 8617억원, 5045억원 증가했다.
특히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계좌에서 해외주식형 수요가 높아졌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설명이다. 펀드는 분산투자 효과로 인해 개별주식보다 변동성이 덜한 만큼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야 하는 연금계좌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연금계좌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세제혜택이다. 일반 주식계좌로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율로 과세된다. 펀드 분배금 역시 15.4%를 원천징수한다. 해외주식을 직접 투자할 경우에는 양도소득세율이 22.2%다. 하지만 퇴직연금계좌로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퇴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퇴직연금을 수령할때도 3.3~5.5%의 저율과세가 적용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연금 투자자 상당수가 해외주식형으로 연금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다"며 "연금은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수수료나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