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차남 임종훈 "믿고 따라오라는 신동국 회장…합의없어 혼란"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7.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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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사진제공=한미약품그룹한미약품그룹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사진제공=한미약품그룹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냥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하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말씀드렸죠. 아시듯 (신 회장과 모녀는) 임시 주주총회도 하고 싶다고 하는데 형제와 합의된 것도 아니고 무작정 하겠다고 하니 많이 혼란스럽죠."

한미약품 (323,500원 ▲1,000 +0.31%)그룹 오너가의 분쟁이 올해 초부터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사망 이후 상속세 문제로 불거진 갈등은 가족을 모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형제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로 갈라지게 했다. 약 7개월 가까이 직접적인 언론 응대를 피했던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33,050원 ▲50 +0.15%) 대표가 처음으로 기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복잡하고 어렵다"고 털어놨다.



임종훈 대표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상황은 예전에 OCI그룹과 통합 이야기가 나온 것과 비슷하다"며 "일방적으로 (통합 추진) 기사가 나왔고 이번에도 그랬다. 항상 좀 서운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모녀 측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도 전날 기사를 통해 접했다고 했다.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모녀와 이에 반대한 형제의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소액주주와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의 지지를 얻은 형제가 승리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이 모녀 측과 지분 거래 계약 등을 진행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임종훈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한미헬스케어 대표일 때도 전문경영인과 해봤다. 매우 효율적인 체계"라며 "(하지만) 신 회장의 안을 아직 못 들어봤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그냥 믿고 따라오면 된다'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자'고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황에서 찬성 또는 반대를 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종훈 대표는 "전문경영인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걸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해보자' '네 생각은 어때' 등도 전혀 없었고 많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지켜보고 있다. 나쁜 건지,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모른다"고 털어놨다.

임종훈 대표는 "신 회장이 말하는 전문경영인이 한국 제약사에 30여년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던데 한미약품을 잘 알아서 임원들이 따라가는 사람일까. 이런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좋겠는데 소통이 안 된다"며 "믿고 따라오라고 하면 회사를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 그냥 섣불리 '예, 알겠습니다'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형제 측을 지지했던 신 회장의 변심에 대해서도 "혼란스럽다"고 했다. 임종훈 대표는 "잘 모르겠다. 경영을 하고 싶은 건지, 도와주실 거라면 왜 형제와 말하지 않았는지"라며 "공격적으로 임시주총을 통해 힘을 장악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우리를 도와주는 게 아니고 딴생각이 있으신 건가 고민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모녀 측과의 계약에 대해선 "상속세 해결이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신 회장과 모녀와의 계약은 전체 상속세 중 모녀 몫을 해결하는 데 그친다. 임종훈 대표는 "(상속세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가족이 얘기해야 하는데 (신 회장이) '너희는 너희가 알아서 하면 된다'고 했다"며 "상속세 해결을 혼자 해결한다고 다 해결하는 것도 아닌데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너일가의 상속세는 5400억원대 규모로 모녀는 신 회장에게 지분 6.5%를 매도해 상속세 납부를 완료할 계획이다.



그동안 언론 대응을 자제하면서 가족 간 소통과 투자 유치 등을 노력해왔다는 임종훈 대표는 "원래 9월쯤이면 구체적인 안이 나와서 넷이 모여 속 시원하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실사라고 하긴 그렇지만 내부 정리 차원에서 컨설팅도 받고 해왔다"고 했다. 경영권 매각(바이아웃)이나 투자비 회수(엑시트)가 아닌 오너의 경영권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종훈 대표는 "상속세나 전문경영이나 이런 내용은 뒤에서 관계자끼리 얘기하고 결정하면 될 것 같은데 너무 언론에 이렇다 저렇다가 많아서 좀 아쉬웠다"며 "이제는 제 입장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모녀와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감정이 많이 쌓여있어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지금 상황에서 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 의견을 나누면 차이가 나고 또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현재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은 신 회장과 모녀 측이 48.19%, 형제 측이 23.79%가량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만약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개최된다면 모녀 측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임종훈 대표는 "대응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말씀드리기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여러 방면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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