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행운과 공정의 나라 노르웨이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4.07.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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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노르웨이 지도를 보면 나라의 위치와 지형이 불리하고 험해서 경제가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수많은 피오르(fjord) 때문에 해안선의 길이가 캐나다에 이은 세계 2위다. 섬도 약 24만 개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로 그 위치와 그 지형이 오늘날 노르웨이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만들었다. 1인당 GDP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9만4660달러로 글로벌 4위다. 미국은 8만5373달러.

노르웨이의 주력산업은 수산업(연어와 킹크랩)과 함께 목재산업이었다. 목재산업은 벌목 후 운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강들은 나라 곳곳을 해안으로 연결했다. 노르웨이는 나라가 남북으로 가늘고 길게 뻗은 형상이어서 내륙에서 바다가 멀지도 않다. 목재는 일단 물에 밀어넣으면 스스로 움직인다.



다음은 에너지다. 노르웨이는 대표적인 수력발전의 나라다. 역시 지형이 뒷받침했다. 나라 전역에 건설한 수력발전소로 노르웨이는 95%의 에너지를 수력발전에서 얻는다. 수력발전은 설비가 갖추어지면 그다음부터는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해외의 자본과 기술로 시설을 짓고 70~80년간 사업을 하게 한 다음에 국유화하는 방식을 썼다.

그리고 1969년에 나라의 운명을 영원히 바꾼 행운이 열렸다. 북해 가운데서 대규모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영국과 15:85로 나누게 되었다. RLL에 따르면 노르웨이가 85%가 된 이유는 노르웨이 서해안에 있는 섬 하나가 경계선을 영국 쪽으로 많이 밀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국토의 해안을 따라 북쪽 방면으로 다수의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1972년에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Equinor, 옛 스타트오일)가 창립되었다.



노르웨이는 이미 수력으로 에너지를 거의 100% 확보했기 때문에 석유와 가스는 전량 수출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에너지를 끊은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은 우선 급한 대로 모두 노르웨이에 SOS를 쳤다. 현재 GDP의 25%를 차지하는 노르웨이의 석유·가스 생산은 글로벌 13위와 8위다. 인구 대비로는 중동지역 밖에서 세계 최대다.

이쯤이면 행운이 충분할 것 같은데 2023년에 또 큰일이 생겼다. 국토의 남부에서 인산염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글로벌 매장량의 절반이 넘는 거대한 규모다. 중국, 모로코, 미국을 제치고 생산량 1위가 되었다. 인산염은 비료 제조에 쓰이지만 배터리 제작에도 중요한 자원이다. 희토류의 강자인 중국이 달가워하지 않을 소식이다. 현재 중국이 각각 53%, 36%를 커버하는 티타늄과 바나듐도 함께 발견되었다.

에너지 강국이 된 노르웨이는 1990년에 거대한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2024년 3월 기준 자산이 1조6200만 달러다. 중동 최대인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의 규모가 1조 달러 조금 못된다. 싱가포르는 7700만 달러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에너지 수출에서 조성된 자금을 주로 부동산과 채권에 투자하는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이고 560만명(수도 오슬로 70만명) 국민 1인당 약 27만 달러 가치가 된다. 정부 예산의 20%를 지원한다.


이렇게 유복한 나라인 노르웨이의 또 다른 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라는 사실이다.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에 이어 정직한 나라 글로벌 4위다. 즉, 복 받은 위치와 자연조건이 창출하는 막대한 국부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현재와 미래에 공정하게 분배된다. 세율이 40%로 매우 높지만 국민들이 정부와 공무원, 국가시스템을 신뢰하기 때문에 정치는 안정적이다. 이웃 스웨덴, 핀란드와 달리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창립회원국이어서 안보도 탄탄하다. 유럽연합(EU)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나라에 행운이 주어지면 대개의 경우 부정부패와 싸움의 원인이 된다. 인간은 돈이 없어서 서로 싸우지만 많아서도 싸운다. 나라에 주어진 행운이 권력자와 극히 일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모습은 역사에 흔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미와 아프리카다. 노르웨이는 보기 드문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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