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들 "교통사고 환자 '나이롱' 취급 억울…보험업계 자성 필요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7.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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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들 "교통사고 환자 '나이롱' 취급 억울…보험업계 자성 필요해"


한방병원들이 보험사가 교통사고로 한방 치료받는 환자를 소위 '나이롱환자'로 취급하는 데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 오래고 자동차 보험료 상승의 원인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매년 보험료를 '따박따박' 내는데도 사고가 난 환자를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다고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경기침체와 보험료 인하 등 악제에도 역대급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오히려 교통사고가 나지 않은 대다수 가입자의 보험료가 '보험사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25일 대한한방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금 한도 초과율은 5년 평균치를 하회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책임보험금 한도액을 초과해 치료받은 자동차보험 환자'는 평균 47.4%지만 지난해에는 46.4%로 소폭 줄었다. 자동차보험 종합개선 방안 실시 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5년 평균에 지난해 수치가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병원을 떠나지 않는 소위 '나이롱환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경상 환자 치료비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경상 환자의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 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하게끔 하고, 경상 환자가 4주를 초과해 치료받을 시 2주 간격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제도 개선 효과나 환자들의 불편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료 시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면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방병원협회는 "일부 환자들 사이에선 보험사들이 본인들을 나이롱환자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한다"며 "매년 자동차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입하고 있음에도 어쩌다 난 사고로 한방치료를 받길 원하면 통상 '나이롱환자 프레임'으로 엮이곤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 가입 대수는 2500만대를 훌쩍 넘었고 이 중 교통사고 때문에 한방치료를 받은 인원은 163만명이다. 단순 계산해도 6%에 불과한 수치로, 이를 두고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한방치료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율 추이./출처=금융감독원, 대한한방병원협회 재가공자동차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율 추이./출처=금융감독원, 대한한방병원협회 재가공
협회는 오히려 사고가 나지 않은 대다수의 보험료가 보험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보험회사(생보사 22개, 손보사 31개) 당기순이익은 13조 357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조1783억원(45.5%) 급증한 수치다.

같은 해 단순 자동차보험 매출액은 21조484억원으로 전년(20조7674억원)보다 2810억원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손익 역시 5539억원으로 전년(4780억원) 대비 759억원 증가하는 등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방병원협회는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기조에 따른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 손해율 악화 요인에도 흑자를 이어간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감소하고 있다. 2019년 92.9%를 기록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7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협회는 한방 진료비가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 대비 보장범위가 넓은 자동차보험 제도의 특성'과 '근골격계 치료에 특성화된 한의 치료행위에 대한 효과성' 등이 반영된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건강보험 한의과 진료는 의과보다 보장률이 낮고 의과와 달리 비급여 행위에 대해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자동차보험은 의과와 한의과 모두 동일하게 비급여 진료도 보장해 환자는 동등한 조건에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결국 한의과 진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 많이 선택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비급여 항목에 한방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세가 10%에 육박하고 약침과 첩약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는 환자가 느끼는 한방치료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를 한약 치료군과 한약을 처방받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약 치료군의 교통사고 후유증과 사고 후 스트레스 수준이 대조군보다 크게 개선된다는 연구는 국제 학술지(Healthcare)에 실렸을 만큼 이미 효과를 입증했다고 협회는 강조했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보건복지부가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2단계 시범사업'을 실시한 29일 서울 시내 한 한방병원에 '한약(첩약) 건강보험 적용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 등의 질환도 한약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방 진료 과목을 운영하는 종합병원 모두 건보 적용을 받는다. 2024.4.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보건복지부가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2단계 시범사업'을 실시한 29일 서울 시내 한 한방병원에 '한약(첩약) 건강보험 적용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 등의 질환도 한약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방 진료 과목을 운영하는 종합병원 모두 건보 적용을 받는다. 2024.4.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첩약·약침 등 비급여 한방치료는 오래전부터 수가(의료행위의 대가)가 통제되고 있고 심사기준도 점차 세밀해지고 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 고시로 첩약·약침에 대한 자료 제출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에 한의 의료기관들은 의과 기관들과는 다르게 과중한 자료 제출 의무를 수행 중이다. 첩약 처방일수, 약침 시행 횟수 등 경상 환자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인 심사기준들이 현재 적용되고 있다. 일각에서 '세트 치료'라는 표현으로 복합 투약 및 시술을 폄훼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선 각기 다른 효능의 약물과 시술을 복합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진료의 경우 낮은 보장성이나 비급여 행위의 실손보험 미적용 등으로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커 접근성이 낮다"며 "하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한의과 진료와 의과 진료 간의 보장성 환경이 동일해 한방진료 효과를 경험한 다수의 환자가 한의 의료기관을 선택해 관련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를 세트 치료 등과 엮어 마치 한방병원들이 과잉 진료를 이어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자동차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사고 이전 상태로의 원상회복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를 어떤 이유로든 침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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