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중 화장실 가서 슬쩍…8000만원 받고 토익 답안 넘겨준 강사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4.07.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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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토익학원의 모습. /사진=뉴스1서울 종로구 토익학원의 모습. /사진=뉴스1


인터넷 도박 자금을 벌기 위해 회당 최고 500만원을 받고 토익 답안을 알려준 전직 어학원 강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업무방해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27)에게 징역 3년과 함께 7665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홍씨에 부정행위를 의뢰해 업무방해 혐의로 같이 기소된 응시자 18명에게 각 벌금 700만~1000만원을 선고했다.



홍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회당 150만~500만원을 받고 토익 시험 중간에 응시자들에게 답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홍씨는 시험 당일 수험생과 함께 시험을 본 후 듣기평가가 끝나면 화장실에 갈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 시험 답안을 준비해 둔 쪽지에 옮겨 적은 후 화장실에 가서 미리 숨겨둔 휴대전화로 쪽지 사진을 촬영해 의뢰자들에게 전달했다.



한국토익위원회가 2022년 11월 부정행위 의심자로 홍씨를 경찰에 제보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홍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유명 어학원에 재직했던 토익 강사였다.

홍씨는 사촌 동생 명의의 계좌로 범죄수익을 입금받고 이후 자신에게 돈을 이체하도록 했지만, 차명 계좌를 이용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홍씨에게 부정행위를 의뢰한 응시자들도 순차 검거됐다.

재판부는 "(홍씨는) 고득점을 얻게 해주겠다고 광고해 응시자들을 모집함으로써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범행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 수법도 매우 불량하다"며 "범행수익이 확인된 것만 8000만원이 넘고, 응시자들과 공모해 범행한 것을 약점 삼아 응시자들로부터 도박자금을 차용하기까지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피고인들은 취업, 이직, 졸업, 편입 등을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토익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고자 부정행위를 해 범행동기가 비난할 만하고,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를 해치고 선량한 응시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 그 피해도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홍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선고가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다. 홍씨도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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