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오르는데…"...개인채무자보호법, 도덕적 해이 부추길까 우려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7.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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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최헌정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최헌정


오는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체율이 악화되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유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실적인 대응을 위해 은행권은 대응 TF(태스크포스)도 꾸렸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17일 대형은행 6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앞서 은행권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TF를 만들고 첫 모임을 개최했다. 6개 은행을 제외한 일부 은행들도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권 매각과 추심을 까다롭게 해 개인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법안에 따르면 △기한의 이익 상실 예정의 통지 절차를 강화하고 △연체이자를 원금이 아닌 연체 금액에만 적용하며 △추심은 7일에 7회를 초과할 수 없고 △채무자가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법이 시행되면 채무자의 자산을 보호하고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은행권에선 '채무조정'이 악용될 수 있다고 본다. 채무조정의 대상은 원금 3000만원 미만의 개인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이나 '계좌별' 기준을 활용한다. 10억원이 넘는 고액 대출을 보유하더라도 특정 은행에 1000만원짜리 소액 대출이 있다면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영세 채무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존처럼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하면 모든 금융사의 채무를 한꺼번에 파악해 원금 감면 등 조치가 한번에 가능하지만, 법이 시행되면 채무자가 개별 금융사를 방문해 채무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외려 채무조정에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뜻이다.

A은행 관계자는 "고액 대출 차주의 채무조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령이나 시행령이 없어 법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며 "실제 영세 채무자라면 채무자의 입장에서 해당 법의 적용이 더 유리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한이익상실의 예정, 채권 양도, 주택 경매 예정 등 주요 통지에 '도달주의'를 적용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는 통지를 '발송'하면 효력이 생기지만 앞으로는 '도달'했는지 확인해야 통지 효과가 발생한다. 채무자가 통지를 두 차례에 걸쳐 반송하면 금융사는 통지 사실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10영업일이 지나야 통지 효과가 발생하는데 약 45~50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B은행 관계자는 "채무자의 통지 수령 여부를 은행이 확인해야 하는 점을 악용할 수 있고 채무조정 권리의 통지도 어려워 채무자에게도 불리하다"며 "우체국이 도달, 반송 여부를 금융사에 전문 발송하도록 협조하고 통지 도달여부 확인 의무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차주들이 법을 악용하면 다른 차주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5대 은행(KB국민· 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지난 3월말 1조356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870억원)보다 3690억원(37.4%)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법 시행이후 상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연체율 관리 측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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