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지구, 역대 가장 뜨거웠다…"가장 시원한 날 될 수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7.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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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이제 미지의 영역에 발 들였다"

2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고파 산사태 현장 모습./AFPBBNews=뉴스1(에티오피아 고파 당국 제공)2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고파 산사태 현장 모습./AFPBBNews=뉴스1(에티오피아 고파 당국 제공)


지난 21일 지구 표면 기온이 최근 70년 새 가장 높았다고 유럽 기후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가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미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면서 인류가 넷제로(넷제로는 흡수 또는 제거되고 남은 순수 이산화탄소 배출량 '0') 달성에 실패한다면 기후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C3S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21일 지구 지표면 평균 온도는 섭씨 17.09도로, 지난해 7월6일 기록한 17.08도를 넘겨 1940년 이래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1940년이 기준이 된 것은 C3S가 관리하는 기후 데이터인 ERA5가 1940년 이후 수치만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종전 최고 기록과 비교하면 격차가 0.01도밖에 되지 않지만, C3S는 격차보다 그간 지표면 온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지표면 평균 온도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6일 전까지 지표면 온도가 가장 높았던 날은 2016년 8월13일로, 16.8도였다. 최고치 경신까지 7년 걸렸던 것. 이후 지난 21일 최고치 경신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C3S는 지난해부터 지표면 최고 온도 기록이 17도를 넘기고 있다는 점, 최고 온도 기록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0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근 13개월 사이 나타난 온도 상승폭"이라면서 "이제 정말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 우려했다. C3S는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달 지표면 기온이 16.66도를 기록, 역사상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다면서 13개월 간 월별 지표면 최고 온도 기록이 매달 경신됐다고 밝혔다. 부온템포 국장은 "몇 년, 빠르면 몇 개월 안에 지표면 평균 온도가 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했다.

C3S는 지표면 평균 온도가 최고점에 오른 것은 현재 겨울을 맞은 남극 기온이 평균보다 높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남극해 온도도 평균치 이상으로 올랐다고 한다. 겨울 남극 기온이 평균보다 오르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C3S가 밝힌 대로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겪던 와중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지표면 온도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해석된다.

C3S는 지표면 온도가 계속해서 상승해 22일 또는 23일에 최고점에 도달한 뒤 하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올해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더울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8~12월 기온이 특히 높았기 때문에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운 해로 기록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월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한 노인이 열사병으로 의료 조치를 받고 있는 모습./로이터=뉴스1지난 5월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한 노인이 열사병으로 의료 조치를 받고 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아일랜드 메이누스 대학에서 이카루스 기후연구소를 운영하는 피터 손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인류가 넷제로의 빠른 달성에 실패한다면 21일은 (이후 역사에서) 가장 시원한 날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는 "산불과 홍수, 폭염이 지구 곳곳을 덮치고 있다"며 "인류는 기온 상승이 가져올 극단 현상들에 대해 아직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적처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태평양 도서 지역은 이상기후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남서부 고파에서 지난 21일부터 이틀 연속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229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인력들이 또 산사태에 휘말리면서 인명피해가 급격히 불어났다. 현지인들은 삽과 맨손으로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인도는 3~5월 사이 60명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BBC는 농촌 지역 사망자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기상청 설명에 따르면 올해 45~50도에 이르는 폭염이 24일간 국지적으로 이어져 현지 역사상 가장 긴 폭염으로 기록됐다.

지난 5월 파푸아뉴기니 마이프 물리타카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 모습./AFPBBNews=뉴스1지난 5월 파푸아뉴기니 마이프 물리타카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 모습./AFPBBNews=뉴스1
태평양 제도 파푸아뉴기니는 지난 5월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대량 발생했다. 제임스 마라페 총리는 최소 2000명이 사망하고 지역민 7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올해 강우량이 폭증해 강변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었고, 해수면이 상승했으며 곳곳에서 산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건기와 우기를 오가는 전례없는 기상 패턴에 직면했다"고 했다.

가디언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3도 올랐으며, 추세대로라면 상승폭이 2.5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가디언은 바네사 카스탄 브로토 셰필드 대학 교수 의견을 인용,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게 아직 불가능하진 않다"면서도 "포기해야 할 목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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