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계획하는 내 장례식…'1000만 독거노인' 앞둔 일본의 씁쓸한 서비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7.2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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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고독사가 일본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노인 고독사가 일본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장례식은 내가 설계한다."

일본에서 '웨딩플랜'을 뛰어넘은 '엔딩 플랜'이 주목받고 있다. 고령 독거노인 1000만 시대를 앞둔 일본의 씁쓸한 단상이다.

지난 23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최근 가족이나 믿고 의지할 이 없이 혼자 사는 '독신자 노인'이 늘면서 직접 자신의 임종을 준비하는 '엔딩 플랜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도쿄와 간사이 지역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대형 장례회사 '공익사(Public Interest Company)는 독신자를 위한 '조문객 없는 장례식'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해당 상품에는 공익사가 제공하는 장례 서비스와 사후 서류처리, 특수관계자와의 연락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다. 가격은 옵션별로 70만~175만엔(한화 623만~1560만원) 정도다.



해당 회사는 독신자로부터 임종 상담을 많이 받아 이 같은 신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한 70대 여성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상태인데 보증인이 없어 사망 후에 대한 고민이 컸고, 한 80대 여성은 혼자 사는 상태에서 치매를 앓아 불안에 떨고 있었다. 또 다른 60대 남성은 홀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서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1인 독거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사전에 장례서비스를 계약하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일본에서는 1인 독거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사전에 장례서비스를 계약하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인구 추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1인 가구 수는 2020년 약 2115만 가구(전체의 38%)서 2050년 2330만가구(전체의 44.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65세 이상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약 738만 가구(전체의 13%)에서 2050년 약 1084만 가구(21%)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도 독거노인의 임종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의 항구도시인 요코스카시에서는 친척이 없고 경제적 여유도 없는 독거노인들이 저렴하게 생전에 장례식장을 예약할 수 있도록 '엔딩 플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계좌 정보가 적힌 '임종 수첩'의 위치, 사망 전 무덤의 위치 정보를 등록하는 내용 등도 있다.


시즈오카현 고베시와 이타미시 등에서도 1인 고령가구가 장례지도사와 사전 계약을 맺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쿄도에서는 상담창구인 '노인 임종 안심 센터'를 개설했다.

장례·임종 사회복지사 요시카와 씨는 "장례뿐만 아니라 입원이나 양로원 입소에도 보증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독신자는) 사후의 일도 제삼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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