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ㅣ4년의 시공 기간이 무색한 졸속 마감공사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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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무엇을 위해 지난 4년동안 악착같은 생존 본능을 발휘하며 살아남았던 것인가. '스위트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시즌3를 끝까지 지켜본 후 드는 회의감이다. 인간으로 남기 위해, 괴물이 되지 않고, 괴물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버둥거렸던, 그리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앞서 간 이들의 생명과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죽음이라는 쉽고도 간편한 방법으로 4년을 이어온 시리즈를 성급히 봉합해 버린 '스위트홈3'는 이렇게 아쉬움과 회의감을 남기고 떠났다.

시즌2의 산만하고 개연성 없던 이야기는 모두 시즌3를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말로 기대감을 키워온 '스위트홈'의 마지막 시즌이 지난 19일 공개됐다. 총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번 시즌3는 그린홈에서 시작돼 스타디움으로, 다시 밤섬 연구소로 스케일을 키운 시즌2에 이어 더욱 강화된 화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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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아파트 그린홈을 배경으로 폐쇄된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재난을 그린 시즌 1은 한국형 크리처물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이끌었다. 원인불명의 비상 재난 사태를 맞아 혼돈에 휩싸인 인물들과 내밀한 욕망이 괴물화로 발현되는 과정, 그 누구도 괴물화를 피해갈 수 없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독특한 재미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 속에서 꽃피는 인간애, 사랑, 가족애 등 보편적인 감정들이 동질감을 선사하며 장르적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는 성과를 올렸다.



시즌1의 인기와 호평을 업고 원작에는 없는 확장된 세계관과 스토리, 캐릭터를 들고 돌아온 시즌2는 개성있고 독특한 장르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편의 장점이 휘발해버린 속편으로 평가받았다. 은둔형 외톨이 소년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로 서서히 가지를 쳤던 이야기는 더 넓어진 스타디움이라는 공간 속 미로처럼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며 막을 내렸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각 인물들이 가진 아픈 과거와 나름의 사연을 통해 개연성과 공감을 불러왔던 전편에 비해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나열에 그칠 뿐 누구 하나 깊이있는 서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단 무수한 '떡밥'만을 던지고 시즌3에서 이 모든 아쉬움을 거둬들이겠노라는 기대를 남겼다. 그렇게 시즌3를 위한 숨고르기라는 시즌2의 불안하고 산만한 빌드업 끝에 선보인 시즌3는 전편의 설정을 모두 회수하기에 급급한 전개를 보여준다.


먼저 이번 가장 궁금증을 모아온 '신인류'라는 새로운 개체의 정체와 시즌2에서 컴백을 알린 '은혁'(이도현)의 등장, 그리고 서이경(이시영)이 낳은 아이로 인간을 괴물화시킬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밖에도 하니와 왕호상의 관계, 지반장이 숨겨둔 비밀, 임박사가 찾던 백신의 정체, 대원을 구조하러 밤섬으로 떠난 수호대와 그들이 만난 특수감염체들의 정체 등이 베일을 벗는다. 그러나 무수하게 널려있던 시즌2의 설정들을 회수하기 급급한 전개를 보여주며 많았던 의문을 충분히 해소하지도, 그렇다고 주요 인물들이 중심을 잡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지점에서 서둘러 봉합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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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8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본능을 줄곧 그리며 캐릭터를 구축해온 것이 무색하게 주요 인물 대부분이 죽음을 맞는 것으로 너무 손쉽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기대를 모아온 인물들의 관계와 과거도 막상 깊이 없이, 무미건조하게 다뤄지며 허약한 스토리텔링을 여실히 드러내고만다. 주인공 차현수(송강)를 비롯한 은유(고민시), 편상욱/남상원(이진욱) 등 시즌1부터 이야기를 끌어온 주요 인물들의 분량은 시즌2에 비해 늘었으나 유사한 갈등과 장면이 반복되며 지루하게 느껴진다. '스위트홈'의 장점으로 꼽혀온 크리쳐들도 특수감염자와 신인류라는 외형이 인간과 동일한 캐릭터가 늘어나며 등장 빈도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스위트홈3'는 시즌1이 준 신선하고 독창적인 발상과 크리쳐물이라는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희석시킨 속편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탄탄한 원작을 기반으로 한 시즌1이 보여준 다양한 인물군상의 매력, 그들의 욕망이 표현된 크리처들의 외형과 특징,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재난물 특유의 고립감과 한국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아파트라는 특정 장소가 주는 상징성,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본능을 묘사하며 깊은 인상을 전했다. 그러나 이어진 시즌2와 3는 전편의 장점을 잇지 못한 졸속 마무리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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