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정신 팔린 기관사…경보음 무시하고 달리다 무궁화호 '쾅'[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4.07.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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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7월22일, 태백 열차 충돌사고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4년 7월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문곡역으로 향하던 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오트레인)가 교행 신호에도 정차하지 않고 맞은편에 있던 무궁화호를 정면으로 충돌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충돌한 열차의 모습./사진=뉴시스 2014년 7월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문곡역으로 향하던 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오트레인)가 교행 신호에도 정차하지 않고 맞은편에 있던 무궁화호를 정면으로 충돌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충돌한 열차의 모습./사진=뉴시스


10년 전 오늘, 2014년 7월22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강원도를 찾은 기차 여행객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강원 태백시 문곡역으로 향하던 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오트레인)가 교행 신호에도 정차하지 않고 맞은편에 있던 무궁화호 열차를 정면으로 충돌해서다.

이 사고로 관광열차에 탔던 77세 여성 승객 1명이 사망했고 90여명이 다쳤다. 태백선 운행은 13시간 넘게 중단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사고는 관광열차 기관사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사는 열차 운행 중 습관적으로 휴대폰 카카오톡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름날 오후, 평화롭던 태백 기차역 아수라장으로
사건은 2014년 7월22일 오후 17시49분쯤 승객 43명이 탄 태백선 관광열차에서 일어났다.



관광열차는 ①태백 문곡역에 우선 정차한 뒤 ②태백역에서 문곡역 방면으로 진행해오는 무궁화호와 교행했어야 했다. 교행은 1개 철로에서 열차가 서로 비껴가는 것을 뜻한다. 당시 무궁화호엔 승객 67명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관광열차는 적색 정지신호, 관제사의 무전교신, 자동정지장치 경보음을 모두 무시한 채 문곡역을 정차 없이 통과했다. 그리고 마주 오던 무궁화호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관광열차 4량 중 1량과 무궁화열차 6량 중 1량이 탈선했다. 굉음을 들은 100여명의 승객은 자력으로 탈출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42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야기했다. 대형 사고가 나면서 태백선 기차는 약 13시간46분 동안 운행하지 못했다.


 2014년 7월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문곡역으로 향하던 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오트레인)가 교행 신호에도 정차하지 않고 맞은편에 있던 무궁화호를 정면으로 충돌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음날 오전 코레일 사고복구반이 크레인으로 사고 열차를 끌어올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4년 7월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문곡역으로 향하던 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오트레인)가 교행 신호에도 정차하지 않고 맞은편에 있던 무궁화호를 정면으로 충돌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음날 오전 코레일 사고복구반이 크레인으로 사고 열차를 끌어올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1명 사망, 90여명 부상 대형참사…기관사 카카오톡 사용, 신호 무시

참사는 순전히 관광열차 기관사의 과실에서 비롯됐다. 경력 23년의 기관사 A씨(48)는 운행 중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등을 사용하고 각종 신호를 모두 무시했다.



당시 춘천지검 영월지청이 2014년8월12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A씨는적색 정지신호와 자동정치장이 경보음, '문곡역 교행'이라는 관제사의 무전 교신을 모두 무시했다. 문곡역을 정차 없이 통과하면서 무궁화호와 그대로 충돌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지연된다'는 무전 교신을 듣고 태백역에서 교행하는 것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같은 무전 교신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각종 안전장치는 모두 정상 작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사 A씨는 운행 중 카카오톡을 비롯해 휴대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6분 전에도 카카오톡을 보낸 흔적이 있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내부 규정상 기관사는 열차 운행 중 휴대폰을 꺼야 했는데 A씨는 검찰이 파악한 191회의 열차 운행 근무 중 134회 운행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A씨는 오후 5시35분쯤 열차에 타서 운행했는데 1인 근무임에도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톡을 보낸 이후에도 휴대폰은 계속 켜진 상태였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열차 운행 도중 오른손으로 운전 레버를 잡은 채 왼손으로 휴대폰을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과실 외에 각종 안전장치 미작동 등의 사실은 없었고 무궁화호 기관사와 태백 관제사의 과실도 없었다. 오히려 관제사는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A씨에게 곧바로 정지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A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 측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1인 승무제 시행 등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A씨가 이 사고로 파면된 점 △직장 동료와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

대형참사 원인이 기관사 과실로 드러나면서 비판이 일었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열차 기관사들이 휴대폰 사용 등으로 사고를 내는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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