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648명 결국 떠났다… 사직 처리

정부 "9월 복귀땐 특례… 추가 유인책은 없다" 강경
22일부터 하반기 모집 일정… 의사단체선 "뽑지 말라"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반대하는 대구·경북의사회, 전공의, 의대생 등이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모여 의대 증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대표단이 가운과 청진기를 반납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대한민국의료 사망선고'를 주제로 촛불집회를 연다. 2024.5.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일터'를 떠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7648명(56.5%, 151개 병원 중 110개 응답)의 사직서가 결국 수리됐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에 대해 9월이라도 복귀하라고 독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수련병원에선 하반기 전공의를 거의 또는 아예 뽑지 않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정부도 돌아오지 않은 남성 전공의에 대해 "일반병으로 갈 수 없고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대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의정갈등의 불씨가 전공의에 이어 전국 수련병원으로 번질 태세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7일) 오전 11시 기준 211개 병원 전공의의 전체 출근율은 8.4%로 1만3756명 중 불과 1151명만 현장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다.

특히 빅5 병원은 전공의 출근율이 이보다 낮은 7.9%(2442명 중 19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가 최종 처리된 비율도 높아진다. 이들 수련병원 레지던트 중 사직서가 처리된 비율은 16.4%로 1만506명 중 1726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이는 직전일(1302명)보다 424명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서울 빅5 병원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38%(1922명 중 731명)로 전국 평균 사직률의 2.3배를 웃돌았다.

정부는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가을 턴)은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가 오는 9월 수련에 복귀하면 특례를 제공하겠다"면서도 "이밖에 추가적인 유인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당근'을 기대하지 말란 경고성 메시지를 사직 전공의들에게 보낸 것이다.

현재 일부 수련병원은 전공의 사직 시점을 언제로 할지를 고심하며 처리를 주저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까지 전공의의 사직·복귀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면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압박했다. 김 총괄반장은 "사직서를 내지 않은 의료기관이 있어 전공의를 줄이겠다고 얘기했다. 감원규모는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수련병원이 각 전공의의 사직서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규모를 확정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정원을 결정해 오는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련병원을 비롯한 의사집단에선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중론으로 모인다. 서울대병원은 하반기 전공의를 달랑 '30여명'만 모집하겠다고 복지부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이 17일 일괄 사직처리한 전공의가 800여명인데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처럼 사직 전공의의 자리를 사실상 비워둔 데는 정부에 대한 의대교수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오승원 홍보담당 교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규모는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키로 한 상황"이라며 "이는 비대위 설문결과와 사직 전공의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14만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전국 수련병원을 향해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을 하지 말아달라"며 "결원규모를 최소화하거나 확정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