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남 '딥테크 허브' 되려면…투자·제도 '패러다임 전환' 필요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4.07.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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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지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주관 '제1회 DSC 미래전략산업발전포럼' 개최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의 기조발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의 기조발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100억원을 100개 기업에 1억씩 나눠주는 수의 확대에서 벗어나 1개 기업에 100억원을 집어넣을 수 있는 규모의 확대 쪽으로 가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

16일 대전 호텔ICC에서 열린 '제1회 DSC 미래전략산업발전포럼'에서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는 '딥테크 혁신 생태계 재구축: DSC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한 기조발표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대전·세종·충남 3개 지자체가 발족한 DSC혁신플랫폼이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주관했다.



최치호 KST 대표는 "우리 정부가 얼마 전 스케일업 R&D(연구개발) 투자에 3조5000억원을 확충해 2027년까지 딥테크(첨단기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10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러려면 우선 모태펀드 등의 투자 모델을 딥테크 유니콘 육성 생태계에 맞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미 미국, EU(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선 대기업 중심 경제의 취약성을 깨닫고 최근 들어 '딥테크 벤처 중심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의 경우 딥테크 벤처 육성에 내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전 세계 딥테크 민간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22%를 넘어서고 있다.



최 대표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밀집지역, 규제특례지역, 생산단지 등 지역 특성이 다른 대전·세종·충남이 딥테크 유니콘을 창출할 '딥테크 허브'가 되려면 우선 지역 클러스터 간 연계와 함께 지역주도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통합 거버넌스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R&D와 실증, 생산이 분리돼 있는데 이 부분을 연결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혁신역량과 자원들을 결집하는 한편 통합 거버넌스 출범을 통해 지역 혁신 전담기관 기능을 재정립하고 총괄 조정, 연계 협력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주도 연구혁신(R&I) 투자규모 확대와 지자체 과학기술진흥기금 조성 확대 운영을 통해 이러한 거버넌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교 테크노밸리는 용지 분양·개발 수익을 밸리 활성화를 위한 특별회계로 편성, 이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지난 10년간 큰 발전을 이루는 재투자 선순환 체계를 갖췄다"며 모범사례로 꼽았다. 이어 "반면 대전 지역은 전체 예산 대비 자체 과학기술 예산 비율이 1.43% 밖에 되지 않는다. 혁신생태계 투자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의 기조발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의 기조발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이와 함께 최 대표는 딥테크 기업들의 시장 판로개척을 위해 혁신제품 공공구매제도와 연결하는 등 공공혁신 조달 제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유럽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예전엔 주문서에 '280개 가로등(70W) 납품 및 설치'라고 썼다. 지금은 '하루 평균 11.2시간 동안 3럭스의 조도 수준으로 18개 거주구역의 조명시설 설치하되 광원의 기대수명은 최소 10만 시간 이상, 에너지 소비량은 현재 시스템의 85% 이하'라는 식으로 혁신기술 요건을 추가했다. 그랬더니 제안사의 70%가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채워졌다. 공공조달기관은 제안서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제품화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 실증 비용 등을 지원한다. 이 제도를 통한 상용화 성공률은 70%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유럽의 공공조달 제도는 '딥테크 유니콘의 메카'로 거듭나는 핵심 포인트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우리나라에서 R&D를 통한 상용화 성공률은 5%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제도를 DSC(대전·세종·충남) 내에서 먼저 수행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밖에 최 대표는 지자체와 지역 상공회의소, 금융기관, 기업의 공동출자를 통한 '브릿지론'을 통해 지역 모펀드를 조성하고, 인재 유치를 위해 삶터(주거단지)와 일터(산업지구), 놀이터(문화지구)가 모두 15분 거리 내에 있는 '15분 경제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첨단기술이 실증이 이뤄지고 이런 혁신기술에 대한 혜택을 지역 주민들이 모두 누리는 일본의 '우븐 시티(Woven City)' 모델 도입도 제안했다. '그물망 도시'라는 뜻인 우븐 시티는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구상하는 미래형 스마트 도시 모델이다. 자동운전,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혁신기술을 현실에서 실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게 목표다. 우븐 시티 주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AI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미래 도시의 삶을 체험하면서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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