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재 4만명씩 뜨는 판에…"외국 엘리트 모시기? '이것'부터 해야"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07.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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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웰컴인!' 대한민국⑤-1

편집자주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국가소멸로의 질주를 멈출 방법은 사실상 이민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주민 또는 다문화 시민들과 함께 화합과 번영을 이룰 방법을 찾아본다.

외국인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그래픽=김다나외국인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그래픽=김다나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참가율은 상승했지만 고임금·전문인력 비중은 10년째 오르지 않는다. 저임금·단순노동자 유입만으로는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IT(정보기술) 등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데 아직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인재유출) 국가라는 오명조차 벗지 못한 상태다. 첨단분야 비자를 신설하고 체류지원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브레인 게인'(Brain gain·인재유입) 국가로의 변모가 필요한 상황. 전문가들은 '해외' 우수인재 유치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 '우수인재'부터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 취업한 외국인 전문인력은 약 4만6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4.98%다. 2014년 4.94%로 떨어진 이후 9년째 5%의 턱을 넘지 못했다. 2018년 4.19%로 바닥을 찍은 뒤 서서히 증가했지만 2020년 20.8%를 기록한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문인력 수도 39만5000명으로 한국의 거의 10배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취업자는 약 92만3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해외 우수인재 유입은 더디기만 하다. 이는 출산율 및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려 국내 핵심인력 감소와도 연결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2021년 24위에서 2023년 36위로 추락했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 자원이 사라지는 것.

경쟁국들은 블랙홀처럼 우수인재를 흡수한다. 미국은 전세계 인재의 결집지다. 중국은 2019년 '고급 외국인 전문가 유치계획'을 발표했다. 첨단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함께 전문인력이라면 중국 비거주자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2017년 고도외국인재 그린카드제도를 도입하면서 연구·경영자에 대한 영주권 취득요건을 5년에서 1년으로 완화했다. 노동자의 이동이 점점 유연해지면서 인재를 뺏고 뺏기는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도 2022년부터 반도체와 IT 등 국내 첨단기술분야 비자확대 및 체류지원 특례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은 2022년 4.86%에서 2023년 4.98%로 0.12%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박사 취득자의 한국 거주 비중은 2016년 39.1%에서 2021년 29.8%로 하락했다.

학계와 업계는 입을 모아 열등한 연구·개발환경, 업무조건 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금수준 △조직·노사문화 △낮은 노동시장 개방성 △언어·교육·주거환경 △이민자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 등 개선이 필요하다. 일하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약 34만명의 이공계 인재가 한국을 떠났다. 3만~4만명의 우수인재가 매년 탈(脫)한국 행렬에 오른 셈이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인재정책연구센터장은 "과학기술계만 보더라도 일본은 한국보다 임금도 높고 좋은 일자리도 있으면서 생태계까지 더 잘 갖춰져 있는데 그 상태에서 이민정책을 더 강화하니 효과가 있었다"면서 "좋은 연구·일자리 환경이 없는 상태에서 이민·비자정책만 확대한다고 좋은 인력이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센터장은 "외국인재 유입을 목표로 할 때 우수인재가 아니더라도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지, 진짜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게 중요한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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