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혁신과 규제 사이...정책은 어디에

머니투데이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4.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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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혁신과 규제 사이...정책은 어디에


"아빠, '○○'로 검색해봐."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아니, 유튜브로 검색해야지."

40대 A씨가 초등학생 아들의 주문에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서 검색했다가 혼난 에피소드를 듣고 웃던 게 벌써 수년 전이다. 검색할 때 4050세대는 네이버를, 1020세대는 유튜브를 이용해 세대차이를 검색도구로도 느꼈다는 얘기다.



검색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구글이 전 세계 검색시장을 90% 넘게 장악한 가운데 중국(바이두) 러시아(얀덱스) 그리고 한국(네이버) 정도가 검색엔진을 보유했다.

그런데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국내 검색시장도 빠르게 바뀌는 모양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지난해 12월 처음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에 오른 후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의 MAU는 4550만명으로 전월(4537만명)보다 13만명 증가했다. 반면 카카오톡의 2월 MAU는 4519만명으로 전월(4524만명)보다 5만명 감소했고 네이버의 MAU는 4297만명으로 전월(4300만명)보다 3만명 줄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귀한 검색과 메신저 플랫폼을 모두 보유했지만 국내 각종 규제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업체들에 점차 안방을 내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구글 유튜브에 '좋아요' '구독'을 외치는 동안 자력으로 해외에 진출할 정도로 성장해온 국내 기업들은 안방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구글 유튜브의 성장세로 타격을 받은 국내 산업은 더 있다.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통신사가 대표적이다. 국내 통신사는 최근 10년간 영업이익 기준 마이너스 성장(-1%)을 한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유튜브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 인터넷 트래픽 중 약 3분의1을 유발하면서 망을 사용하는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와 프랑스 오렌지 등 다른 통신사업자들과는 망사용 계약을 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글 검색과 유튜브 등을 서비스하는 구글서비스의 지주회사 '알파벳 Class A'는 지난해 매출 422조3593억원, 영업이익 115조8185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7.4%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600조원을 넘는다.

구글이 국내에서 10년간 앱마켓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8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부분 매출을 해외에 이전하고 있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는 2022년 기준 169억원에 그친다.



구글이 미국과 프랑스에서 통신사들에 망사용료를 내는 것은 자발적인 게 아니다. 구글은 현재 비밀유지협약하에 일부 통신사에만 망사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사업자들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비용을 내도록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 미국 의회에서 CP(콘텐츠사업자)의 망 구축비용 분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3개국 정부는 2022년 8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CP의 망사용 대가 관련 입법을 추진하도록 촉구하는 문서를 발송했다.

도이치텔레콤과 오렌지는 망사용 대가 소송에서 승소를 거둬 글로벌 소송에 판례가 되기도 했다. 이 판례들을 통해 협상이 자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고민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자국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의 기업이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규제와 기준을 정책으로 마련해야 결국 소비자에게도 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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