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원샷' 처방보다 단계적 정비…자본비율·거액여신부터 손본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5.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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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발전 방향, 순차적으로 개선… 자본비율·거액여신부터 우선 정비

상호금융업 종합 발전방안 기본 추진방향/그래픽=윤선정상호금융업 종합 발전방안 기본 추진방향/그래픽=윤선정


금융당국이 상호금융업 제도를 단계적으로 정비한다. 당초 '원샷'으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건전성 제고' 방안부터 마련한다. 건전성 제고 방안으로는 순자본비율 기준 상향과 거액여신 한도 규제의 법제화 등이 거론된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업권 관계자들과 이같은 내용의 건전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신협·농협·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최근 10년간 외형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일부 조합은 일반 금융회사와 견줄 정도로 대형화됐다. 하지만 다른 금융권보다 다소 느슨한 건전성·지배구조 규제가 적용된다. 이에 다른 업권과의 규제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래 계획상 금융위는 상호금융 건전성·지배구조·내부통제·소비자보호 등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지난해 '상호금융업 종합 발전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상호금융 제도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여러 제도 개선안을 모두 담은 이른바 '원샷' 종합 방안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건전성 제고 △영업행위 규제 합리화 △투명한 지배구조 마련 △검사·감독 체계 정비로 나눠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제가 산재해 한꺼번에 모아 발표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며 "건전성 제고에다가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까지 하면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기에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현재 추진중인 상호금융업권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기관별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현재 추진중인 상호금융업권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기관별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
첫 번째 과제는 '건전성 제고'다.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 등으로 상호금융업권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위기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상호금융의 최소자본금 규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업권의 순자본비율 규제가 상향될 수 있다. 순자본비율은 상호금융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신협·수협·산림조합은 2%, 농협은 5% 이상의 순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상호금융 외형이 크게 성장한 만큼 기준을 더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저축은행처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저축은행의 순자본비율 기준은 7%이지만 자산 1조원 이상인 곳에는 8%가 작용된다.

상호금융 거액여신한도 제도화도 다시 논의된다. 자기자본 10% 혹은 총자산의 0.5%를 초과하는 대출이 단일 차주에게 나가는 게 '거액여신'이다. 상호금융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이지만 강제성이 없는 금융감독원 행정지도나 모범규준으로 땜질식 대응 중이다. 금융위는 2021년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에 거액여신 한도 관리 방안을 넣으려 했지만 업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거액여신한도 규제의 경우 언제까지 모범규준 등으로 끌고 갈 상황은 아니고 법제화를 포함해 어떻게 제도화할지 더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전성 제고부터 순차적으로 방안을 만들 건데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다음 달 중 개정 사항을 빠르게 마련하겠다"며 "나머지 과제도 하반기에 방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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