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일시조정 전망에도 경상수지 흑자기조 '확고'…변수는 '유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5.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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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추이/그래픽=이지혜경상수지 추이/그래픽=이지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가 계속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의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의 약 85%를 1분기에 달성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다만 4월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배당 송금이 집중된 터라 경상수지 흑자 확대기조가 한풀 꺾일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유가도 향후 경상수지 흐름의 변수로 꼽힌다.



9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168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11년 만에 적자를 냈던 지난해 1분기(59억6000만달러 적자)에 비해 확연히 개선된 수치다.

상품수지가 1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덕분이다. 수출은 증가하는데 수입은 감소한 영향이다. 실제 1~3월 수출액은 1656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1.2% 감소한 146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었다. 실제 통관 기준 올해 1~3월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314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2%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기술)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세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520억달러) 눈높이를 높여 잡을 예정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에도 통관기준 수출을 보면 주력 수출품목들이 다 증가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수출 회복세가 강하다"며 "경상수지 연간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4월 경상수지는 일시적 조정 흐름을 보이며 균형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매년 4월 집중된 국내 기업들의 해외 배당 송금으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월 배당소득수지가 12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본원소득수지는 7억4300만달러 적자를 낸 바 있다.

신 국장은 "4월 해외 외국인 배당 지급이 많아 경상수지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5월부터는 다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흐름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요인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다.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 등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 속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 증가로 이어져 상품수지 흑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 경상수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배당소득수지 효과도 지난해만은 못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지난해부터 한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국내 본사로 보내는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면서 지난해 배당소득수지는 244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122억1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2배 확대됐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1~3월 누적 배당소득수지 흑자 규모(49억5000만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102억5000만달러)의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제도가 첫 시행된 지난해보다 올해는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국내로 돈을 들여올 여력이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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