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미국과 일본의 산업구조 재편으로 비춰본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 중인 김서연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사진=김창현 기자
NICE신용평가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미국과 일본의 산업구조 재편으로 비춰본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서연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이익창출력은 장기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며 "조만간 우상향 추세가 종료되고 산업 전체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석유화학산업의 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신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산유국이 아닐뿐더러 내수 성장률 전망도 높지 않은 만큼 미국보다는 일본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업 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어 "국내 역시 일본과 유사하게 유휴설비를 통합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라며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면 2030년 한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현재 대비 약 200만 톤(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이뤄질 분야는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나프타분해설비(NCC)로 보인다. 국내 NCC 생산업체들은 최근 고유가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산 저가 원료를 사용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에서 석유화학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도 이를 인지하고 정밀화학과 비석유 화학 분야로 사업 범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현금창출력과 재무 대응력 대비 과중한 설비투자비용(CAPEX)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롯데와 LG의 위험 노출도(익스포저)가 산업 평균 대비 높다고 분석했다.
LG화학 (391,500원 ▼6,500 -1.63%)은 석유화학 부문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신규사업인 배터리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부문을 제외한 LG화학의 순차입금은 2018년 말 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원으로 6조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롯데케미칼 (121,700원 ▲2,500 +2.10%)도 스페셜티와 비석유 화학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올레핀계 기초소재 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과거 수준의 수익성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의 순차입금 추이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다운사이클을 통과하며 석유화학사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높아진 차입금으로 전반적인 신용위험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