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격정 토로가 시작됐다. 카카오톡 대화에서 민 대표와 방시혁 의장 사이에 쌓인 감정의 행간을 이해하는 데 꽤 도움이 됐다.
처음 욕이 나왔을 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튀어나온 실언인 줄 알았다. 그러나 탄력받은 욕설 퍼레이드가 회견장을 지배하는 모습을 접하고 나서는 '시XXX'가 민 대표 일상의 언어라는 심증이 굳어갔다.
사람들 앞에서 이 정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자신이 최고 자리에 있는 조직에서 상황에 따라 어떤 언어를 쓸지 짐작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보통의 기업 CEO(전문경영인)가 직장에서 이런 식으로 욕을 늘어놨다면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 대표가 지금껏 그 흔한 찌라시에조차 한 줄 언급되지 않았다는 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평균적인 언어 수준을 짐작게 한다. 이 산업은 능력만 된다면 '민희진식 언어'가 용인된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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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언어가 위계와 결합하면 갑질이 된다. 아이돌을 꿈꾸는 10대들은 이런 모습을 자주 지켜볼 것이다. 온전치 못한 말과 말은 연습생 기간 내내 감수성 예민한 10대들에게 '정당한 갑의 언어'로 둔갑할 여지가 있다.
저항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매일 수십 개 팀이 데뷔하고 사라지는 아이돌 세계에서 언어폭력에 대한 침묵은 필수일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할수록 그들이 구사할 언어와 도덕 기준은 일반으로부터 멀어진다. 민희진 대표의 욕설쇼를 본 보통의 부모라면, 말 폭력이 난무한 세계에 자기 자녀가 던져지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세계 속 K팝 산업에도 절대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상해보라. 카메라 앞에서 찰지게 육두문자를 퍼붓는 이국땅 한 여성 CEO를 보며 그 나라 아이돌이 되고 싶을까. 보통의 사람들이 단면에서 전체를 보듯 K팝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2 리사(블랙핑크 멤버, 태국인)가 되고 싶어 하던 소녀 중에는 꿈을 포기하는 이도 있었는지 모른다.
'민희신 욕설쇼'가 남긴 긍정적인 면도 있다. 혹시라도 어린 딸이 훗날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로서 뜯어말릴 매우 중대한 이유를 알려준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