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타이타닉 건조한 DNA로 100% 전기 여객선 띄운다

머니투데이 벨파스트(북아일랜드)=이세연 기자 2024.04.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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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의 미래, 영국에서 찾는다]

편집자주 영국의 조선해양 산업은 글로벌 기술과 규제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살피는 것은 한국 조선해양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 규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영국은 한국 조선해양산업과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영국 조선해양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 본다.

북아일랜드의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벨파스트시에 위치한 벨파스트 항구 모습/사진제공=벨파스트 항구북아일랜드의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벨파스트시에 위치한 벨파스트 항구 모습/사진제공=벨파스트 항구


지난 15일 방문한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항구. 벨파스트시 면적의 20%에 달하는 800만㎡(2000에이커)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수백 대의 컨테이너, 조립을 앞둔 해상풍력 발전기의 블레이드, 크루즈 선박 등 각종 장비가 드넓은 부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노란색의 할랜드 앤 월프(H&W) 조선소 대형 크레인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190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선박 타이태닉호가 만들어진 곳이다.이곳에서 올해 말 세계에서 처음으로 오직 전기로만 운행하는 여객선이 취항한다.

벨파스트는 과거 압도적인 영국의 조선해양 기술력의 중심지였다. 뛰어난 조선 건조 능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이끌었다. 활발한 무역을 펼치며 세계의 주요 상업·산업의 주무대 역할을 했다. 비록 타이태닉호는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고, 아시아 조선소들이 부상하면서 영국의 조선업은 쇠퇴했다. 그렇지만 조선해양 산업의 DNA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영국은 탈탄소와 디지털 해운, 사이버 보안 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해양산업의 새 판을 짰다. 영국 정부는 2019년 브렉시트를 앞둔 상황에서 'Maritime(마리타임) 2050'을 발표했는데, 정책에는 △해양산업 서비스 △조선 △항만 인프라 △해양 엔지니어링 △해양운송과 자율주행 선박 등 분야의 지원 정책이 포함됐다. 세계 해양 리더의 위상을 지키겠단 포부가 담겼다.

무엇보다 '탈탄소 바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영국은 친환경 해양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0만 파운드(약 3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양운송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영국 정부의 투자를 집행하는 북아일랜드 투자청은 지난해 4월 벨파스트 지역 해양 전문 기업의 집합체 'NIMO'(니모)를 만들기도 했다. 저탄소 솔루션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항만, 해양 개발자, 조선소 등이 모여 탄소 제로를 위한 협업을 한다. 또 벨파스트 해양 컨소시엄을 꾸리고 미래 해상 운송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전기 페리. /사진제공=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전기 페리. /사진제공=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EF-24 패신저'라 불리는 100% 전기 여객선은 이런 결과물이다.. 선박 제조업체인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Artemis Technologies)가 개발한 탄소 제로 페리다. 최대 15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으며 벨파스트와 뱅고르 간 항로를 운항한다. 기존의 고속 디젤 페리와 비교할 때 최대 85%의 연료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르테미스는 애초 캠브리지대에서 출발했지만, 벨파스트 인근의 리즈번에 제조시설을 지었고 이 과정에서 3300만 파운드(약 563억원)의 보조금을 영국 정부로부터 받았다. 벨파스트 퀸스대학과 함께 고속 충돌 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등 산학과 정부의 협력 끝에 여객선을 완성시켰고 시장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샤론 커즌스 북아일랜드 투자청 클라이언트 매니저는 "북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이어온 글로벌 명성과 산·학·관의 높은 수준의 협업 등의 강점을 가지고 친환경 해양 운송 수단과 스마트 항만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영국의 마리타임 2050 정책에 맞춰 북아일랜드도 탈탄소와 해양 테크 등 해양 산업의 미래를 열어 가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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