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이자 내기 어려워"…지방은행 부실채권 증가 '울상'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2024.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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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지방은행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그래픽=윤선정5대 지방은행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그래픽=윤선정


고금리와 지방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5대 지방은행의 기업 부실채권이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었다. 지방은행들은 상·매각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지방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BNK부산·경남·DGB대구·광주·전북)의 지난해말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총액은 6988억원으로 전년 동기(5954억원) 대비 1034억원(17.3%)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으로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은행별로는 광주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이 506억원으로 전년 동기(312억원)보다 61.8%(194억원)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은 1323억원에서 1892억원으로 43%(569억원) 증가했다. 이어 전북은행이 38%(195억원) 증가한 709억원을, 대구은행은 4.7%(131억원) 늘어 2892억원을 기록했다. 경남은행만 1041억원에서 987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지역 외 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는 총 554건으로 2022년(308건)과 비교해 약 80%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됐다. 5대 지방은행 기업대출의 전체 고정이하여신(6988억)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3%(6529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비중이 전년(90%)보다 3%p(포인트) 더 올랐다. 액수로는 1년 새 1165억원 늘었다.

지방은행들은 부실 채권을 매각·상각해서 연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실제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상·매각 규모는 1조3250억원으로 전년보다 93.6%(6405억원) 늘었다. 특히 규모가 큰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지난해 각각 3733억원, 4017억원어치의 채권을 상·매각했다. 전년 대비 각각 94%(1809억원), 263%(2490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 부실채권이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기준금리가 다시 동결됐고 중동 전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져 차주들의 사정이 나아지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방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인구도 줄면서 특히 지방 중소기업은 성장하기가 어렵다"면서 "정부·지자체가 지역 발전을 꾀하는 사업에 지방은행이 기여해서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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