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플레이
매 작품 확실한 캐릭터 연기로 존재감을 뿜어낸 이무생이 ‘하이드’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더더욱 과시하고 나섰다. 극중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충격적인 사건의 장본인이 된 그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캐릭터 변주로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멜로로 시작한 그의 눈빛이 스릴러에 이어 치정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물론 ‘더 글로리’(2022,2023)에서 무서운 광기의 사이코패스 살인범이었던 모습도 여전히 생생하긴 하다. 그래도 그때 역시 안방팬들에게 그의 얼굴을 확실히 알린 ‘부부의 세계’(2020)에서나 오열 연기로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한 ‘서른, 아홉’(2022)에서 예감된 멜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에 찬물 끼얹는 듯했던 변신이어서 더 감탄스러웠던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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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는 로펌 공동대표로 일하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얼마 뒤 절벽 아래로 추락한 차량에서 불타버린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좇게 되는 검사 출신 변호사의 이야기다. 배우 이보영이 주인공 나문영이 되어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한데, 사건의 중심에 선 남편 차성재가 이무생이 맡은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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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누구보다 자상한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의 모습으로 팬들의 환심을 산 이무생은 이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황망한 소식으로 큰 상실감을 안겼다. 그러나 이때의 충격은 약과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새롭게 밝혀지는 차성재의 비밀들은 나문영을 비롯해 팬들에게 절망감에 이어 환멸을 느끼게 한다.
사실 죽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숨어지내고 있었던 차성재는 온갖 부정한 일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무언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찾으려 해도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거짓말로 둘러대는 모습이 비겁하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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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런 차성재를 너무도 훌륭하게 연기하는 이무생을 칭찬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러니 그 자체다. 악행을 일삼는 빌런이라고 욕은 하지만, 그 맛에 보는 즐거움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맞고 또 맞으며 얼얼해진 뒤통수를 쓸어내리면서도 차성재의 또 다른 활약에 내심 기대가 생길 정도다. 이무생에 대한 믿음이 쌓인 덕분이다.
이무생이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충격파로 전달되는 연기를 하는 만큼 반작용처럼 작품이 끝난 후 캐릭터를 비워내는 여정은 더 고될 수도 있다. 얼마 전 ‘배우반상회’에 출연해 공개한 것처럼, ‘무념무생’이라는 그의 또 다른 별명처럼, 소탈하게 운동하며 전작을 잘 비워내서 새로운 작품으로 꾸준히 나서는 이무생이 되길 바라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총 12부작 중 6회가 남은 ‘하이드’와 더불어 10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 ‘지배종’으로도 활약상을 더할 참이다. 지난해 말 ‘노량:죽음의 바다’부터 올초 ‘시민덕희’, 그리고 최근 ‘당신이 잠든 사이’까지 스크린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종횡무진한 이무생이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거침없이 작품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