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당신…몸도 마음도 병들어 간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4.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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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성인 약 4분의 1, "너무 외롭다"
고독 느낄수록 알츠하이머·고혈압·폭식증 걸릴 위험 높아
전문가들 "'자기성찰' 멈추고 1시간 정도 산책하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1.64배 높다. 또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식욕을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1.64배 높다. 또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식욕을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독은 인간의 육체를 '실제로' 병들게 한다. 최근 발표된 다수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및 면역 체계 기능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더 높다. 기억력과 인지력이 감퇴하는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도 높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3일(현지시간) 외로움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다수 논문을 소개했다. SNS(소셜미디어) 기업 메타(Meta)와 여론조사기업 갤럽이 2023년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약 4분의 1은 "'매우' 또는 '상당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같은 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독이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 사항'이라며 '외로움 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앤드류 소멀라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정신과 교수는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의 횟수가 적은 '사회적 고립'과는 달리, 어떤 관계에 속해있으면서도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는 의미다.

2020년 12월 로저 매킨트리 캐나다 토론토대 약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에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화된 외로움은 건강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 같은 정신적 영향은 물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과 면역 체계 기능 장애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2013년엔 프랑스 리옹수드병원 연구팀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1.64배 높다"고 국제 학술지 '신경외과와 정신건강의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량이 늘어나는 등 외로움으로 인한 생리적 현상이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외로움 극복 위해 '일부러' 기억 후퇴하는 노년층… "'반추'하지 말고 산책하길"
절기상 청명인 4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일미리다리 인근에서 어린이들이 벚꽃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김근수절기상 청명인 4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일미리다리 인근에서 어린이들이 벚꽃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김근수
특이하게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기억을 후퇴시키는" 경우도 발견됐다. 2020년 캐나다 몬트리올주 맥길대 의대 신경학 연구소 연구팀은 중노년층의 뇌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영역을 분석했다. 디폴트 네트워크는 사람이 외부에 신경 쓰거나 관심 갖는 일 없이 인지 활동을 쉴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부위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손상되는 뇌 네트워크 중 하나로 알려졌다.

그 결과 '외롭다'고 답한 중노년층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외부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네트워크 간 연결고리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내부에서의 연결망이 강화됐다. 연구팀은 이를 "노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사회적 경험을 계속해서 상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외로운 뇌와 식습관'을 주제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9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외로움과 고립감의 정도를 묻고, 이것이 식습관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펴봤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음식과 음식이 아닌 사진, 달콤하거나 짭짤한 음식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그러자 "자신을 '외롭다'고 인식하는 여성일수록 단 음식과 고칼로리 음식 사진을 볼 때 식욕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섭식을 자제하고 통제하는 뇌 영역이 상대적으로 비활성화됐다. 연구팀은 "폭식이 우울증 및 불안과 관련 있다는 뇌신경학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독일 만하임·하이델베르크대 의대 연구팀은 "'걷기'가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시간 동안 4~5㎞를 산책한 이들의 뇌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비활성화됨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대개 과거에 대한 반추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 성찰과 관련된 신경 과정을 중단하고 이를 신체 활동으로 전환하면 부정적인 생각의 순환에서 벗어나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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