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여놓고 "죽을 죄 지었다"…도박 들킨 남편의 끔찍한 짓[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2024.04.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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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살인 및 시체유기 피의자 김하일, 김하일이 사체 일부가 담긴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CCTV 영상 모습. /사진=뉴스1살인 및 시체유기 피의자 김하일, 김하일이 사체 일부가 담긴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CCTV 영상 모습. /사진=뉴스1


2015년 4월 5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방조제 오이도 선착장 대부도 방면 3.2㎞ 지점에서 훼손된 여성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부패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주요 부위는 모두 절단된 채 몸통만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남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에 나섰고, 신원 조회 결과 시신은 경기도 안산에 사는 42살 중국 동포(조선족) 여성 A씨란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시신 발견 사흘 뒤 긴급체포된 남편은 중국 국적의 김하일로, 그는 체포 당시 남은 시신을 유기하고 있었다.

김하일이 아내의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까닭은 아내에게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사실을 들켰기 때문이었다.



아내 돈으로 도박 '발각'…"죽을죄 지었다"
시화 방조제 토막 살인 사건 피의자 김하일. /사진=뉴스1시화 방조제 토막 살인 사건 피의자 김하일. /사진=뉴스1
2015년 4월 8일 긴급 체포돼 시흥경찰서로 압송된 김하일은 범행 동기를 묻는 말에 "다투다가 욱하는 마음에 그랬다. 아내에게 죽을죄를 지었다"고 답했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확인한 직후부터 김하일을 용의선상에 놓고 미행했다. 경찰은 김하일이 A씨 사체 일부를 담은 가방을 조카의 주거지 옥상에 유기하는 것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시화 방조제 일대에서 발견되지 않은 시신의 양쪽 팔과 다리가 담겨 있었다.


김하일은 A씨가 입국 당시 입국신고서 가족 사항에 '남편'으로 기재한 인물이었다. 김하일과 A씨는 법적 부부는 아니지만, 사실상 남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일과 A씨는 김하일의 도박 중독으로 갈등을 빚었다. A씨는 전자 부품회사, 식당 등 여러 곳에서 열심히 일한 반면 김하일은 도박에 빠져 6000만원 상당의 거금을 탕진했다. 김하일은 A씨 돈으로도 도박을 즐겼다.

이에 A씨는 김하일에게 돈 관련 잔소리를 했고, 김하일은 불만을 느껴 집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했다. 그는 출퇴근 시 이용하던 자전거로 훼손한 시신을 담은 쓰레기봉투를 시화방조제 부근에 유기했다.

시신훼손 이유 묻자 "집주인 피해 주기 싫어서"
현장검증을 하는 김하일의 모습. /사진=뉴스1현장검증을 하는 김하일의 모습. /사진=뉴스1
김하일은 우발적 범죄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그는 "야근 때문에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한 탓에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했다"고 호소했다.

아내 시체를 손괴한 경위를 묻는 말에는 "집주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 "화장 비용이 부담됐다"고 진술하며 범행을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은 인명을 경시한 용서할 수 없는 범죄로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한다"며 김하일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은 김하일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하일이 이 사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사건 당시) 47세의 나이여서 이 판결이 부과하는 30년의 형을 모두 복역하고 나면 77세의 노령에 이르게 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정신의학적 검사 결과 김하일은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되지 않는다. A씨 유족에게 사죄의 태도를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교화·개선의 여지가 일말이라도 남아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형은 2016년 3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불안감 고조→"중국동포 장기밀매 영화, 인격권 침해" 소송
(왼쪽부터) 수원에서 토막 살인 사건을 일으킨 조선족 오원춘, 박춘풍 /사진=뉴스1(왼쪽부터) 수원에서 토막 살인 사건을 일으킨 조선족 오원춘, 박춘풍 /사진=뉴스1
김하일 사건에 앞서 조선족 오원춘과 박춘풍 역시 같은 경기 남부권인 수원시에서 토막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 현상을 뜻하는 말) 및 불안감이 고조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조선족과 중국인이 인신매매를 빈번하게 벌이고 있다"는 괴소문도 확산했다.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범죄 영화들이 인기를 끈 것도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2017년 개봉해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청년경찰'은 중국동포 장기밀매 조직 소탕을 소재로 다뤘는데, 이와 관련해 중국동포들은 영화 제작사 측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영화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화해를 권고했다.

영화 제작사 무비락은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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