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일 말고 주목 받는 美 원전주…추가 상승 여력 있나?[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4.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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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1년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콘스텔레이션 에너지 1년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국내외 원자력 발전주가 최근 급등했다. 전력이 많이 필요한 AI(인공지능) 사용이 확대되면 원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원전주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비스트라, 탈렌 에너지가 지난 1년 동안 최소 90% 이상씩 급등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이런 원전주의 상승 배경을 분석하고 추가 랠리가 가능한지 파악했다.



수년간 침체에 빠졌던 원전
지난 몇 년간 원자력산업은 침체기를 보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도 했지만 이는 문제의 일부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원전은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인허가가 까다로워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이익을 남기기가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핵연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보다 천연가스에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싸졌다.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이 늘어난 것도 원자력이 설 자리를 좁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새로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는 단 2기뿐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조지아주의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는데 완공 시기는 7년이나 늦어졌고 건설비는 당초 예상 대비 2배로 늘어났다.

현재 원자력은 미국 전체 전력 생산 여력의 18%를 차지한다. 세계 원자력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원자력은 전세계 전력 생산의 9.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4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전의 새로운 기회, 데이터센터
최근 원전이 부활하고 있는 이유는 전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전력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줄이려면 전기자동차와 전기난로 같이 전력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기기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AI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도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데이터센터는 하루에 수만 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현재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이지만 2030년에는 7.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센터를 가장 많이 건설하는 회사들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빅테크기업들인데 이들은 모두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자사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보다 더 많은 탄소 배출량을 대기에서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데는 원자력이 적합하다. 원자력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처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데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 등과 달리 지속적으로 꾸준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를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충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원자력만큼 꾸준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리브스 자산관리의 원자력 전문 애널리스트인 로드니 레벨로는 "원자력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며 배출 측면에서도 청정하다"며 "이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딱 맞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 도벨의 원자력발전소 /AP=뉴시스벨기에 도벨의 원자력발전소 /AP=뉴시스
규제 없는 독립 원전만 수혜 가능
하지만 모든 원전 회사가 이러한 변화로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인 원전 회사는 전력을 경쟁시장에 팔아 이익을 얻지만 듀크 에너지처럼 원전을 소유한 유틸리티 기업은 정부 당국의 가격 규제를 받기 때문에 수익이 제한된다. 미국 원전의 약 60%는 정부의 규제를 받는 전력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듀크 에너지는 지난 1년간 주가가 1% 하락했다.

반면 미국 최대의 독립 원전 회사인 콘스텔레이션은 지난 1년간 주가가 140% 급등했다. 콘스텔레이션은 원전 가동을 위해 주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1년이 지난 2022년에 미국의 전력회사인 엑셀론에서 분사한 회사다.

엑셀론은 규제 사업인 전력 유틸리티 사업만 남기고 원전 사업은 콘스텔레이션에 모두 맡겼다. 엑셀론 주가는 급등한 콘스텔레이션과 반대로 지난 1년간 9%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본사가 있는 일리노이주 당국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콘스텔레이션은 엑셀론이나 듀크와 달리 규제 당국에 전기요금 인상을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콘스텔레이션은 전력 수요가 늘고 있는 대서양 연안과 중서부 지역의 경쟁시장에 전력을 판매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이 없으면 전력에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려고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기업과 직접 거래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원전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때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원전에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의 이례적 원전 계약
지난 3월 초에 아마존은 지난해 파산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탈렌 에너지와 이례적인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이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탈렌 에너지의 원전 옆 부지를 6억5000만달러에 매입해 원전에서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다른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거대한 송전망에 연결해 전력을 공급받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탈렌 에너지의 원전 용량 2.2기가와트 가운데 최대 960메가와트까지 사용하기로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계약으로 탈렌 에너지가 메가와트시당 약 75달러의 전력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탈렌 에너지가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받는 평균 시장 가격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아마존아마존
데이터센터 수혜 원전주는?
탈렌 에너지와 아마존의 계약 방식이 원전업계에 더 늘어난다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은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콘스텔레이션으로 예상된다. 콘스텔레이션은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데이터센터가 늘어남에 따라 2030년까지 기본 이익이 매년 최소한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아카로는 지난주 콘스텔레이션의 원전 용량 가운데 약 4분의 1이 아마존과 탈렌 에너지가 맺은 계약과 같은 방식으로 팔릴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166달러에서 19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독립 원전 회사인 비스트라도 수혜가 기대된다. 비스트라는 지난해 원전 시장이 개선 조짐을 보이자 4기가와트 용량의 원전 3기를 인수하기로 했다. 비스트라는 지난 1년간 주가가 95% 급등했지만 모간스탠리의 아카로는 목표주가를 62달러에서 78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아카로는 여러 사업 가운데 원전 사업도 보유하고 있는 퍼블릭 서비스 엔터프라이즈 그룹도 1기가와트의 원자력 용량을 데이터센터에 판매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61달러에서 70달러로 올렸다.

관심 받는 SMR, 아직 성과는 없어
최근에는 대형 원자로를 가진 기존 원전 회사보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SMR은 일반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전부 제작한 뒤 원하는 곳으로 옮겨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덜 든다.

SMR이 전력 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SMR 기업인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테라파워는 오는 6월에 미국에서 첫 SMR 건설에 나선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도 2013년에 SMR 스타트업인 오클로를 인수하고 핵융합 연구 스타트업인 핼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가장 앞서 나가는 SMR 회사로 주목받던 뉴스케일 파워는 지난해 비용 상승을 이유로 첫번쨰 원자로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뉴스케일 파워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거의 유일한 SMR 회사다.

리브스 자산관리의 원자력 전문 애널리스트인 레벨로는 "향후 3년 내에 미국에서 SMR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소형 원자로도 결국 데이터센터 급증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아마존과 탈렌 에너지의 계약은 원자력이 데이터센터의 견고한 파트너임을 입증하며 이같은 계약으로 SMR이 더 빨리 건설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2일(현지시간)엔 테슬라의 올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발표된다. 또 오전 10시에는 노동부가 지난 2월 구인 규모를 공개한다. 미국의 인력 수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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