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3차전에 패배한 후 코트를 떠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흥국생명은 1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점수 2-3(25-22, 17-25, 25-23, 23-25, 7-15)으로 패했다.
김연경으로서는 이날 23점을 포함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74점을 올렸으나, 또 한 번 실패를 맛봤다. 오랜 시간 해외리그에서 활약한 뒤 2020~2021시즌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지 벌써 세 번째 좌절이다.
이어 "김연경, 김수지 같은 선수들을 보면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그런 뭘 바꿔 보려는 멘탈적인 부분이 안 됐다. 도수빈, 박수연처럼 바뀌려고 시도하는 몇 명의 선수가 보이긴 했는데 팀 전체적으로 보면 바뀌려는 선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2년 연속 준우승이란) 결과 자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년 연속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고쳐야 한다. 분명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다. 아본단자 감독의 말을 요약하면 흥국생명 선수단 대부분은 최고참 김연경, 김수지보다도 절실함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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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3차전에서 패배한 후 코드에 드러누워 현대건설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중국 리그의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서 뛰다 다시 복귀한 지난 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가 쓴 역대급 퍼포먼스의 희생양이 됐다. 감독 경질 논란에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 결정전 2승 뒤 3연패로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처음으로 리버스 스윕을 허용한 팀이 됐다. 그 탓에 아직 김연경의 마지막 V리그 우승은 2008~2009시즌에 머물러 있다.
은퇴도 미뤘다. 지난 시즌 시작부터 꾸준히 은퇴에 대해 고민을 하던 김연경은 생애 첫 FA 권리를 원소속팀 흥국생명 잔류에 행사했다. 지난해 4월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총보수액 7억 7500만 원(연봉 4억 7500만 원, 옵션 3억 원)의 1년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해 슈퍼 팀을 결성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김연경은 열광적인 흥국생명 홈팬들의 함성을 잊지 못했다. 또한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줄 절친이자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김수지(37)도 FA 영입하면서 확실한 우승 의지를 보여줬다. 김연경은 계약 당시 "내 생애 처음 맞이하는 FA라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의 시즌 구상 계획이 내 마음을 결정하게 만든 큰 이유였다. 지난 시즌 6000석을 가득 채워준 팬들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에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에는 꼭 들어 올리고 싶다. 또한 그동안 많은 배려를 해주신 흥국생명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이제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김연경은 다시 FA 자격을 취득하게 됐고 은퇴부터 잔류 또는 이적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올 시즌 김연경은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도 리그 평균 득점 6위(775점), 공격 2위(44.98%), 서브 6위(0.207), 수비 8위(5.557개), 시간차공격 4위(58.72%), 리시브 5위(42.46개), 디그 7위(3.829개) 등으로 공·수에서 여전히 외국인 선수급 기량을 자랑했다.
우승 도전을 위해 한 번 더 뛴다면 어딜 가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그런 김연경이 이미 실망스러운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만약 또 한 번 김연경과 함께 라스트 댄스를 꿈꾼다면 흥국생명으로서는 지난 2년과 다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