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50분 걸려 갔는데…"산골에도 로켓배송" 뜨거운 반응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4.03.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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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인구감소지역 70%에 로켓배송..지방 소멸 '최후전선' 대부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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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에서 10개월 아기를 키우는 자영업자 최모씨(32)집 주변엔 대형마트가 없다. 한 달에 한번 차로 50분 거리의 대구 대형마트에서 한 달 치 냉장·냉동 식품을 산다. 아이를 가진 부모가 적은 지역이다 보니 육아용품을 파는 상점도 적고 중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 최씨는 "아이에게 꼭 맞는 기저귀 사이즈를 고르기 위해 거창에 있는 마트를 2시간 동안 찾다가 대도시로 이사 가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쿠팡이 전국에 로켓배송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신난다"고 했다.

쿠팡이 전국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으로 로켓배송을 확대한다. 최씨가 거주하는 경남 거창군도 이르면 오는 2027년까지 쿠팡의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편입된다.



쿠팡은 27일 2026년까지 3년간 전국 풀필먼트센터 확장과 배송네트워크 등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 현재 182개 시군구에서 전국 230여개 시군구(5000만명 이상)로 '쿠세권'이 늘어날 예정이다.

앞으로 3년간 늘어나는 쿠세권으로 편입되는 곳은 대부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경상도·전라도·충청도·강원도 등지의 인구감소지역의 70%(60곳 이상) 정도다. 현재는 약 17곳에 로켓배송을 시행하고 있지만, 3년 안에 최소 43곳 이상으로 확대된다.



경북 봉화군, 전남 고흥·보성, 경북 의성·영양·청송, 경남 합천 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부터 전남 구례·곡성,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대구 군위 등 지방소멸의 마지노선으로 뽑히는 '인구 3만명'이 붕괴한 지역들도 확장 대상에 포함된다. 쿠팡이 진출 예정인 전남 영광군(0.72명), 합천(0.64명), 남해(0.66명) 등 여러 인구감소지역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0.72)을 밑돈다.

쿠팡은 저출산과 고령화 직격탄을 맞은 이들 지역에 빠른 로켓배송으로 생활 편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쿠팡이 진출한 제주도나 강원도 삼척, 전남 여수 등 여러 지방 지역에는 로켓배송 사용자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무제한 무료 로켓·당일배송과 반품, 상품 할인 등이 가능한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 기저귀나 생활필수품, 식료품을 사는 가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쿠팡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류망 투자 확대할 경우 지방 곳곳 물류센터당 수백명에서 수천 명씩 대규모 고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쿠팡과 쿠팡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LS)는 지난 1월 말 기준 7만137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비서울 지역의 물류센터 인원만 5만2798명에 달한다.


김찬호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 문제는 당장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필수라고 여기던 기존 인프라 없이도 생활할 수 있어야 하는 지방에서 쿠팡이 구석구석까지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면서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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