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IS 소행, 그 배후엔…"…우크라 탓 계속 하고 싶은 푸틴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3.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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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러 대책 회의서 "급진 이슬람주의자에 의한 테러" 첫 인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서 발생한 무장 괴한들의 총기 테러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24 ⓒ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서 발생한 무장 괴한들의 총기 테러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24 ⓒ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다만 이 테러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체포한 총 11명의 용의자 중 앞서 기소된 직접 가담자 4명 외에 추가로 3명의 신원이 공개됐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분파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지난 22일 139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스크바 공연장 무차별 총격·화재 사건 직후 자신들이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자처했다. 미국도 IS에 이 테러의 책임이 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만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테러 직후 진행한 대국민 연설 등에서도 IS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IS에 의한 테러임을 인정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배후설에 대한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 찾아야 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이 왜 우크라이나로 도피하려고 했는지, 그곳에서 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테러로 누가 이익을 얻는가"라며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에 의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 온 시도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선 대국민 연설에서도 "범인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달아났는데, 반드시 배후를 찾아내 처벌하겠다"며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주장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관저에서 크로커스 시티홀 콘서트장 테러 이후 여파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관저에서 크로커스 시티홀 콘서트장 테러 이후 여파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한편 러시아 정보당국은 이번 테러가 면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테러 사망자 수는 137명에서 139명으로 늘었다. 이 중 어린이가 3명,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5명이다. 부상자는 182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체포한 총 11명의 용의자 중 전날 기소된 직접 가담자 4명 외에 이날 3명에 대한 추가 구금 결정이 내려졌다.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딜로바르 이슬로모프, 아민촌 이슬로모프, 이스로일 이슬로모프 등 3명을 오는 5월22일까지 구금하기로 했다.

딜로바르와 아민촌은 형제지간이고, 이스로일은 이들의 아버지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타지키스탄에서 태어났지만 아들 2명은 러시아 국적을 갖고 있다. 이번 테러와 관련 러시아 국적자가 구금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직접 테러 가담자 4명이 법정에 출두했을 때는 심한 구타·고문 흔적이 발견됐지만, 이날 구금 조처된 3명에게서는 부상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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