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로비는 의사·환자가 거의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사진=박정렬 기자
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환자 수가 차츰 감소해 지금은 이전보다 외래는 20%, 입원·수술은 40~50%가량 줄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30대 이모씨는 "4~6주 간격으로 병원에 오는데 체감상 전보다 환자가 50%는 줄어든 것 같다"며 "교수님이 좀 피로해 보였다. 약을 처방받고 진료실에서 나오기까지 1분도 채 안 걸렸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의 모습. 수납 창구에 빈자리게 적지 않다./사진=박정렬 기자
특히,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5 병원'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전날 비상총회 직후 브리핑을 열고 "총 1400여 명의 교수진 중 900여 명이 (자발적 사직에) 답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답장을 줬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비대위는 교수 767명 중 4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연계된 연세대 의대,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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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비대위 비상총회를 마친 후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부터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난다는 소식에 암 등 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은 우려가 팽배하다. 서울성모병원에서 3주 간격으로 폐암 환자인 아버지의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주사 치료를 이어간다는 이모(39)씨는 "폐암은 워낙 빨리 퍼져 치료도 '속도전'이란 얘길 많이 한다"며 "언제든지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데 그때 치료받을 의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밤에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폐암 환자가 많이 찾는 한 카페에는 "흉부외과 진료가 저를 포함해 모두 1분 정도 만에 끝났다.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거나 "75세 폐암 2기 아버지가 4달 뒤 수술이 잡혔는데 기다려도 괜찮을까요"처럼 환자·보호자의 걱정이 담긴 사연이 날마다 올라오고 있다.
병원에 남은 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 등 구성원들도 예상치 못한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의료수익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까지 감소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수많은 병원이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무급휴가·무급휴직 사용을 강제하거나 연차휴가 사용 종용, 타 부서로의 일방적인 전환, 근무복 지급 중단 등의 경비 절감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병원 휴업이나 운영 중단, 임금 체불 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술·입원·검사 취소와 연기, 응급실 진료 차질과 중증 환자 입원 거부 등 환자들이 생명이 위협받는다. 병원 운영 중단과 임금 체불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공공병원·민간종합병원 등 수련병원들의 파행 운영 상태를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와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정부·의료계·정치권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