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타르의 유해성 논란은 이미 십수 년 전에 마무리됐음에도 여전히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담배에 표시된 타르를 독성과 연관 짓는다. 흔히 석탄 연료 생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만드는 콜타르나 아스팔트 타르를 연상하면서 생긴 오류다.
담배 성분 표기를 니코틴과 더불어 타르로 국한하는 것도 타르에 대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니코틴'이 중독성을, '타르'를 유해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이해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성분 함량 물질을 니코틴과 타르만 표기한다.
분위기는 슬림형 담배가 주도한다. 슬림형 담배는 지름이 기존 담배에 비해 작은 제품으로 대부분이 저타르 담배다. 대표적인 제품은 KT&G의 에쎄(ESSE)다. 1996년 11월 출시돼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4965억개비가 팔렸다. 2004년부터 20년째 국내 담배 브랜드 부동의 1위다. 세계에서 슬림형이 자국 담배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저타르 담배를 선호하는 흡연자는 오히려 더 많은 타르를 흡입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타르 0.1mg 담배와 국내 흡연자 흡연 습관을 분석한 결과 저타르 담배 흡연자는 표기된 함량보다 최대 약 95배를 흡입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이슈리포트에서 발췌.
슬림형 담배로 가득찬 서울 한 대형마트 담배판매 코너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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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진국도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법원의 시정명령에 따라 담배회사들이 저타르 광고 담배 제품의 건강상 이익은 크지 않다고 인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정명령문(corrective statements)에 따르면 "'저타르', '라이트' 등으로 표기된 담배는 덜 해롭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본질적으로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양의 담배(연기)를 흡입한다"고 고백했다.
반면 WHO FCTC(담배규제기본협약)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협약 내용인 담배성분에 관한 정보를 담배회사로부터 넘겨받지 못하면서 유해성분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먼 타르 함량만 가지고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는 꼴이다. 비회원국인 미국에 비해서도 자국민 건강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지난해 말 담배유해성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11월부터 담배 성분 공개 의무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니코틴 타르 중심의 표기방식에서 벗어나 유해성이 입증된 물질부터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담배 유해성 관리제도의 현재와 미래 진단' 포럼에서 "2018년 국제 표준이 없을 때 국내에서 타르를 측정해 발표했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켰다"며 "가능한 모든 유해성분을 검사한 후 선별적,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