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간.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참사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그 공격에 눈이 먼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서 발생한 무장 괴한들의 총기 테러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AFPBBNews=뉴스1
구체적 증거 없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분파인 호라산(ISIS-K)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FSB는 이달 초 모스크바 유대교 회당을 노린 ISIS-K를 저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ISIS-K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부가 러시아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 추모 조화 등이 놓여 있다. 지난 23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총기 난사, 방화 테러가 발생해 현재 확인된 사망자 수가 130여 명, 부상자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푸틴은 5분간의 연설 말미에 "전선에 있는 우리 동지들, 이 나라의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하나의 대형으로 뭉치는 게 우리의 공동 의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식한 전국민 총동원령을 시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푸틴과 다른 깡패들이 비난을 돌리려는 전형적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안보 리더'를 자처하면서 정작 사상 최악의 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우크라이나를 방패삼아 피해가려는 술수라는 지적이다.
푸틴, 우크라이나 방패 삼아 안보 비난 돌리나… '총동원령' 가능성푸틴은 지난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두 번째로 '안보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었다. 사망한 국민이 최소 133명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크다. 재선 이후 지상과제로 삼아온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3년차에 접어든 민감한 시기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듯 우크라이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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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 대사관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테러로 현재까지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43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에 직접 참여한 용의자 4명 등 모두 11명을 억류했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외신들은 푸틴이 향후 이번 테러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지에 주목한다. 집권 초기 2004년 베슬란학교 포위 공격 같은 테러 사건 발생 때 푸틴은 정치적 자유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이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대규모 병력 동원에 테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는 2022년 30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하면서 국민이 이탈하고 대중의 불안이 증폭되자 추가 동원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난주 대형폭탄과 대포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견학하고, 연말까지 2개의 새로운 군대와 14개 사단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로 50만명을 어디서 동원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이 러시아 국민들의 관심을 공동의 적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24일 러시아는 총 57개의 미사일 및 드론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