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순이익 4.3배 늘린 은행권...신한·하나 '웃음', KB·우리 '기대'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3.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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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해외현지법인 순이익/그래픽=이지혜4대 은행 해외현지법인 순이익/그래픽=이지혜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해외 법인을 통해 거둔 순이익이 4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은행의 전통적인 강점지역인 동남아 법인들의 실적이 유지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봉쇄 해제 등 여파로 중국 법인의 순이익이 개선된 덕분이다. 아울러 미국·홍콩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성적도 나아지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 법인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7118억원으로 전년(1643억원)에 견줘 약 4.3배 늘어났다.



4대 은행 중 해외 법인을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4279억원) 대비 13% 늘어난 4824억원을 지난해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신한은행이 강세를 보이는 일본과 베트남에서 전체 순이익의 약 74% 이상(3599억원)을 벌어들였다. 카자흐스탄 법인도 6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94억원)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한국계 기업 자산 이동으로 인한 유치효과가 있었다"며 "공급망 변화가 유지된다면 신한 카자흐스탄의 잠재적 성장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해외 법인을 통해 전년(71억원) 대비 약 16배 이상 늘어한 1129억원을 벌어들였다. 중국 법인이 972억원 순손실에서 49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점이 증가세에 주효했다. 중국이 2023년 들어 코로나19 봉쇄를 풀면서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법인들도 157억원을 벌면서 전년(65억원)보다 2배 이상 순익을 키웠다. 러시아(155억원), 독일(99억원), 브라질(34억원), 멕시코(34억원) 등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국민은행도 중국 법인이 지난해 303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2022년 당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경제침체로 인해 선제적인 충당금을 적립해둔 것을 지난해 환입한 영향이 크다. KB BANK로 이름을 바꾼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은 26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8021억원)에 비해 적자폭을 개선했다. 지난해 5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부실채권(NPL) 매각으로 손실을 털어낸 덕이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내년 중 KB BANK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들은 지난해 2544억원을 거둬들이며 전년(2883억원)과 비교해 소폭 순이익이 감소했다. 캄보디아(598억원→252억원)에서 순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지난해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의 위축 등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IB(투자은행)의 중심지인 홍콩에서는 선전했다. 지난해 홍콩우리투자은행이 전년(99억원)보다 약 1.5배 성장한 1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영향으로 순이익이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일제히 올해도 글로벌 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에 약 5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인도와 한국기업 진출이 활발한 헝가리·폴란드 등 중부유럽에 채널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내 업무개시가 가능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상업은행으로 재탄생한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량자산 위주의 자산 성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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