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토록 엄청난 기후변화

머니투데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2024.03.1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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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어느 순간 '1.5' 라는 숫자가 우리 삶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바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섭씨 1.5도 이하' 목표 때문이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지난 2월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2월(hottest on record)이었으며 2월 동안 관측된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77도 상승했다고 한다.

이렇게 수치로 표현되는 기후변화가 실제 우리 일상에는 어떤 변화와 부담을 주는 걸까. 여러 기사에서 파악된 기후변화의 실로 엄청난 변화를 몇 가지 적어본다. 최근에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인 철도 시스템에도 막대한 부담을 준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날씨는 철도 레일의 변형, 전기 케이블의 처짐, 궤도 및 제방의 홍수로 이어지며 기차 운행에 여러 지장을 주게 되는데 문제는 철도의 대응속도보다 기후변화 속도가 더 빨라서 철도의 기후복원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국 런던의 고속철도 2호선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하다 보니 과도한 비용이 소요돼 급기야 일부 구간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변화를 거쳐 공공보건 시스템에도 큰 부담을 준다. 최근 방글라데시는 뎅기열이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발병했다. 2023년 한 해 32만명의 뎅기열 환자가 보고됐고 이 중 1700여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2배, 6배 증가한 것이다. 공공보건 당국자들은 기후변화로 급증한 뎅기열을 예방하기 위해 모기 개체관리를 위한 번식지 관리, 생물·화학적 제어제 사용, 살충제·모기장 사용 등 통합 보건·관리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유럽은 전 세계 9억명 규모의 해외여행객 중 약 65%인 5억8000만명이 방문(2022년 기준)하는 대표적 관광지인데 기후변화로 유럽 관광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도 여름 이탈리아는 최고 47도를 기록했고 대규모 산불과 홍수, 우박으로 잦은 타격을 입었는데 5년 뒤엔 지중해의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의 인기가 하락할 것이며 무더위로 인해 노약자를 동반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다수의 관광전문가는 기후변화로 관광지 선호도가 변화해 30년 후 유럽 관광산업은 "오늘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은 2000년도부터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sment) 보고서를 수시로 발행하는데 2023년 발표된 5차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기후행동 관련 경제적 영향'이라는 별도의 장을 포함했다. 여기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약 1500억달러(195조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세출로 재원부족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로 어느 한 날의 조금 더 더운 1도가 이렇게 엄청난 비용과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까지 큰 피해를 주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직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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