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검사 출신' 공천자 비중 8%…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의 힘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박소연 기자, 한정수 기자, 박상곤 기자 2024.03.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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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민의힘, 전례없는 '시스템 공천' 실험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체 254개 선거구 중 233곳에 대한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사진=뉴스1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체 254개 선거구 중 233곳에 대한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사진=뉴스1


국민의힘의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며 '시스템 공천'(당내 인사들의 개입이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 방식)의 성적표가 어떨지 주목받고 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했던 이른바 '검사·용산 공천'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표 '시스템공천'의 성공적 안착을 보여주는 한 지표로, '사심 공천' 논란을 겪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주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공천 결과는 '현역 불패'란 뒷맛도 남겼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103석밖에 얻지 못했던 만큼 현재의 지역구를 최대한 사수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컸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통해 국민의힘 공천의 부족한 면을 얼마만큼 채울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총선까지 남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체 254개 선거구 중 233곳에 대한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 경선 중이거나 국민추천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는 5곳을 제외하면 약 92%의 선거구에서 4월 총선에 내보낼 국민의힘 후보를 확정 지었다. 이중 용산 대통령실 또는 검사 출신 후보는 전체 공천확정자의 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 출신 11명, 검사 8명…대부분 험지로"
국민의힘 총선 후보 중 용산·검사 출신자 비중/그래픽=김현정국민의힘 총선 후보 중 용산·검사 출신자 비중/그래픽=김현정
국민의힘 공천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애초에 정치권에서 우려하던 '검사·용산 공천'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분석 결과, 현재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한 대통령실 출신 38명 가운데 공천이 확정된 인사는 29%(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본선 진출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도전지(험지)에서 공천받은 점도 눈길을 끈다.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은 민주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내리 6선을 지낸 경기 의정부갑에 출사표를 냈다. 또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3선을 지낸 안산갑(구 안산상록갑)에, 신재경 전 선임행정관은 민주당 출신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3선을 지낸 인천 남동을에, 이승환 전 행정관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3선을 지낸 서울 중랑을에 단수공천됐다. 김기흥 전 부대변인은 인천 연수을 경선에서 민현주 전 의원(당협위원장)을 꺾어 본선에 올랐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예비후보가 부산 해운대구갑 출마를 선언했다./사진=뉴스1검사 출신인 주진우 예비후보가 부산 해운대구갑 출마를 선언했다./사진=뉴스1
대통령실 출신은 아니지만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도 각각 서울 서대문을, 서울 강서을, 서울 수원시병 등 험지에 공천받았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성동을에서 경선을 치른 결과 탈락하기도 했다.


또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공천받은 검사 출신 정치 신인은 8명 뿐이다. 검사 출신 정치 신인들 또한 험지에 가까운 곳에 공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후보자 가운데 검사 출신은 △심재돈(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최기식(경기 의왕시·과천시) △정필재(경기 시흥시갑) △이원모(경기 용인시갑) △김진모(충북 청주시서원구) △박경호(대전 대덕구) △조수연 (대전 서구갑) △주진우(부산 해운대구갑) 등 8명이다. 이중 박경호·조수연 후보는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았다. 두 지역 모두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현역불패' 뚜렷…3선 이상 교체율도 17%에 그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총선 현역 교체율이 35%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을 방문해 제22대 총선 정우택, 김진모, 김수민, 김동원 후보 등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총선 현역 교체율이 35%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을 방문해 제22대 총선 정우택, 김진모, 김수민, 김동원 후보 등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낮은 현역 교체율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총선 현역 교체율이 35%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 당시 현역 교체율 43.5%보다 낮은 수치다. '혁신 없는 공천', '현역 불패'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활동하던 시기부터 '희생' 요구에 직면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교체율은 상대적으로 더 낮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3선 이상 의원 30명(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입당한 김영주, 이상민 의원 제외) 중 불출마·경선포기·컷오프된 의원은 △장제원(부산 사상) △이명수(충남 아산갑)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이채익(울산 남갑) 등 5명에 불과하다. 3선 이상 중진 의원 30명 중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단수추천 11명, 경선승리 8명, 재배치 4명 등 총 23명으로 생존율이 70% 이상이다. 하태경, 한기호 의원은 경선을 진행 중이다.

달리 보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TK(대구·경북) 등 정치적 텃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만큼 당시 살아남았던 다선 의원들의 경쟁력이 이번에도 확인됐다고도 볼 수 있다. 지역기반이 탄탄한 중진들을 임의로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배치한다고 해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높은 현역 교체율이 곧 총선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등 보수 계열 정당의 현역 교체율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약 38%, 2012년 19대 총선 약 47%, 2016년 20대 총선 약 24% 등을 기록했다. 보수정당이 18대·19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20대·21대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보면 현역 교체율과 총선 승리간 직접적 관계는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보수진영 첫 '시스템 공천'...총선 결과에 성패 달려
[국민의힘은 공천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국민의힘은 공천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공천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승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공천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예비후보 간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으면 경선에 부치고 같은 지역 3선 의원 등에는 감점, 청년·여성 등에는 가점을 주는 식으로 공천을 실시했다.

국민의힘이 보수진영에서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시도한 것은 이른바 '검사·용산 공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에 검사,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이 대거 공천될 경우 현역 의원들이 이반하고 민심이 악화돼 4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같은 분위기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반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인사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시스템 공천에 대한 동력이 생겼다.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공천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한 이후로는 시스템 공천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상대적으로 야당에 비해 조용한 국민의힘의 시스템 공천이 정치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결국 4월 총선 결과에 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대 우리 당이 좋은 결과를 낸 선거를 보면 현역 교체율이 30%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를 때"라며 "쇄신과 안정이 균형을 이룰 때 선거를 승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계속 현역 교체율이 낮다,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하는 데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추천제를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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