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인기 있는 이유?…"피타고라스가 틀렸으니까"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2.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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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미국 프린스턴대·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연구
'2500년' 묵은 피타고라스 학파 '순정률'에 도전... "사람은 불완전성 더 좋아해"

16세기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 학당'에 묘사된 피타고라스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16세기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 학당'에 묘사된 피타고라스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피타고라스가 틀렸다." 사람은 완벽한 수학적 비율을 가진 코드보다 약간의 빈틈을 가진 불완전성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절대 화음'을 추구하던 2500년 된 고전 이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프린스턴대, 독일 막스플랑크 실증 미학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청취 실험을 통해 '사람은 수학적 비율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코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만물을 '수'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그중 하나다. 음의 높이를 수학적으로 정확히 계산해 완벽한 음률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2:3과 3:4의 조화로운 정수비의 음이어야 누구나 듣기 좋은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는 것이다. 비율에서 벗어날 경우 불쾌한 소리를 내는 불협화음이 된다. 피타고라스가 제안한 '순정률'은 피타고라스 학파에 의해 널리 전파돼 2500년 간 고전음악의 절대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연구팀은 수 세기에 걸친 정론에 도전했다. 연구를 이끈 피터 해리슨 케임브리지대 음악학부 교수는 "인간은 약간의 편차를 선호한다"며 "불완전성이 소리에 생명을 부여하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고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한국 출신으로 구성된 실험 참가자 4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23개 과정으로 구성된 음악 실험에 참여했다. 각 참가자들은 코드를 연주하고 연주한 코드마다 만족도를 매겼다. 또 주어진 코드에서 음을 바꿔가며 어떤 음을 들었을 때 더 즐겁고 신나는지 평가했다. 순정률에 따라 완벽하게 조율된 음정과 그렇지 않은 음정 중 어떤 음을 선호하는지 판단하게 했다.

실험으로 도출된 23만 5000건의 평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참가자들은 순정률에서 약간 빗겨난 '불완전성'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음악 이론에서는 '불협화음'이라고 평가하는 음률에 대한 선호도가 청취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인도네시아의 전통 선율타악기 '보낭'이 내는 음률을 서양 선율 타악기인 피아노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낭이 내는 독특한 음률을 피아노에서 시도할 경우 피아노 음에 일종의 균열이 생겼다. 피아노는 일반적으로 피타고라스식 순정률 방식을 이용해 조율하는 악기다.


해리슨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는 서양 문화권에 익숙한 오케스트라만 기반으로 했던 것"이라며 "다른 문화권으로 반경을 넓히면 악기의 모양이나 연주 구성이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수학적 미의 기준과 다르단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도로 훈련된 음악가가 아닌 일반인도 보낭의 음색을 듣고 '아름답다'고 느꼈다"며 "청취자가 이론을 떠나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엔 더 많은 조화로움이 있으며 각 문화권이 자신만의 조화로움을 발전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걸 보여주는 연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음악 산업에 적용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다양한 문화권의 멜로디를 결합한 형태의 팝 음악이 시도되고 있지만 서양권이 아닌 문화권의 음률을 서양 악기로 연주할 경우 불협화음이 생성될 것"이라며 "여러 악기의 음색을 합성하는 악기음 합성 방식을 적용한 프로듀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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