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선보상 밀어붙인 야당... "수조원 국민 혈세 회수 못할 것" 비판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4.02.27 15:26
글자크기
(인천=뉴스1) 안은나 기자 = 야당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단독으로 직회부하면서 정부 고민이 커졌다. 사진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가구를 방문해 피해대책위 회원들과 발언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2024.2.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안은나 기자(인천=뉴스1) 안은나 기자 = 야당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단독으로 직회부하면서 정부 고민이 커졌다. 사진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가구를 방문해 피해대책위 회원들과 발언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2024.2.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안은나 기자


야당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단독으로 직회부하면서 정부 고민이 커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선구제'하기 위해선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질뿐더러 형평성 논란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7일 오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상정하고 단독 처리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선 구제 후 회수(선구제 후구상권 청구)'다. 전세사기피해 주택의 임차인인 전세사기 피해자의 빠른 보증금 반환과 전세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보증금을 선구제해주고 후회수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체 공지 문자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선구제 후회수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어 다른 사기 피해자와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국토부는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법안을 충분한 공감대 없이 추진하면 극심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단체·야당 "사각지대 많아 개정 필요" 주장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희생자를 위한 국화꽃을 들고 있다. 2024.2.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희생자를 위한 국화꽃을 들고 있다. 2024.2.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현재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 운영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월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모두 1만2928명을 인정하고 약 6500명에게 긴급 경·공매 유예 협조요청, 주거, 금융, 법적 절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피해자 단체와 야당은 간접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각지대가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고, 막상 피해자로 인정되더라도 전세대출을 보유한 피해자들이 추가로 빚을 내서 세를 사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특별법 개정안에는 피해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한 공공 매입을 신청하면 채권 매매 시점의 채권 평가액으로 매매대금을 산정해 전액 지급하고 추후 기관에서 회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준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최우선변제금 기준인 30%로 잡았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도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하고 외국인도 피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합의 끌어내기 쉽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용 정책으로 국민 합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코인, 보이스피싱 사기 등 다른 사기 종류도 그럼 정부가 다 메꿔줘야 하는 건가. 전 국민 설득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전세사기 등 주거복지에 영향을 받은 국민을 위해 정부가 구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형평성, 세금 문제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한 끝에 합의를 이뤄 전세사기피해자법을 제정했다"며 "제정 당시의 합의 정신을 되살려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피해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세심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지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