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세미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최종안' 아닌 '시작'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2.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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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업과 투자자, 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면서 가이드라인 제정은 미뤄뒀다. 세미나는 시작일 뿐으로 제도를 넘어 시장의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바라봐달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금융위, 유관기관, 금융투자업계, 상장기업, 학계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보다 먼저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추진한 일본 증시는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고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우리 증시도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지면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현 위원장도 축사에서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 개최될 2차 세미나에서 의견을 수렴해 6월 중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으로는 우선 '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투자 판단을 지원하고 거래소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주제 발표에서는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상무)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정 본부장보는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가치 제고 노력이 중요하다"라며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ROE(자기자본이익률), 배당 성향을 고려했을 때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밸류업 지원방안에서 가장 주안점은 둔 부분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스스로 수립하고 시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항이고 개별 기업별로 사업 환경, 업종 상황, 성장 단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가치 제고 관련 해외사례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 기업의 밸류업 지원방안은 절대로 단기 주가 부양이 목표가 아니며 긴 호흡에서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시발점"이라며 "일본과는 기업의 자율 공시를 유도하는 등 공통점도 있지만 큰 차별점이 있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기업 가치 제고와 관련한 다양한 공시 방법을 상세 가이드라인에 포함했고 기업에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라며 "연기금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거래소 전담 지원 체계를 제공하는 등에서도 일본 밸류업 지원방안과 상당한 차별점이 있다"고 했다.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만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협회는 기업이 수립하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합리성과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전문가 등 컨설팅 풀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한국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1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한국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1
이날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이어 주제발표를 맡은 이효섭 실장, 정지헌 상무를 비롯해 10여명의 패널이 참여해 인당 5분씩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장기적 추진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강제성 없는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돼야 한다"라며 "해당 등기임원의 보수가 이와 같은 성과와 연계되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평가와 고평가의 경계선에 대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공해주면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표하고 이행 평가를 할 때 목표 설정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저평가된 중견 이하의 기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 실질적으로 강력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 중심으로 계획을 짜면서 책임을 추구하다 보면 이사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영해 보완해달라"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과도한 소통을 요구하거나 기관 투자가의 과도한 경영 간섭이 이뤄지면 (제도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했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정부는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둔화되는 경제가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가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질서 확립,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 경영 합리화의 3대 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은 그간의 정부, 거래소, 금감원 등의 어떤 논의 결과를 설명해 드린 것이고 최종안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지속 추진해 나가며 의견을 수렴하고 세부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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