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블록버스터' 1000만 탈모 인구 잡아라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2.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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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국내 탈모인구만 10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탈모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10조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탈모치료제는 '마지막 블록버스터'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재 선두에 있는 치료제들은 발기부전이나 우울증 유발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효과와 안전성 둘 다 잡을 수 있는 'K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케라메딕스는 현재 탈모치료용 주사제로 개발 중인 혁신 신약후보물질 'HK1'의 임상1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HK1은 모발 구성성분인 '케라틴'을 이용한 약물로 모발의 성장이 멈추는 휴지기 때 사이토카인(면역조절인자) 'TGF-BETA 2'에 의해 만들어지는 케라틴 성분을 탈모환자에게 주사해 발모를 유도하고 추가 탈모를 억제한다.

케라메딕스는 HK1을 남성과 여성 탈모에 모두 적용 가능한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한송욱 대표는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며 "탈모부위에만 직접적으로 약물을 주입해 발모를 유도하는 주사제형으로 한 달에 한 번만 투여하게 만들어졌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방식이기에 의사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탈모치료제 시장은 제약업계의 '마지막 블록버스터'로 불린다. 이미 10조원 규모인 탈모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8% 성장, 약 19조원으로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약 1300억원에 달하는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규모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선점한 치료제들은 있다. 탈모억제에 90% 효과를 보이는 MSD의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약)이 세계 탈모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여전한 숙제다.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기전의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성기능 저하, 간기능 이상, 우울증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들 약물은 가임기 여성이 복용하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져 현재로선 '미녹시딜'이 유일한 여성용 탈모약이다. 다만 미녹시딜은 농도 3% 이상을 쓸 경우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생겨 인중 등 원하지 않는 부위에도 털이 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JW중외제약은 줄기세포 탈모치료제 후보물질을 통해 신약 'JW0061'을 개발 중이다. 이는 모낭 줄기세포에 있는 윈트(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증식과 모발재생을 촉진하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후보물질이다. 2023년도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돼 비임상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은 연내에 식약처에 JW0061 관련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위더스제약, 인벤티지랩과 공동으로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한 'IVL3001'(1개월 지속형)과 'IVL3002'(3개월 지속형)를 개발 중이다. IVL3001은 호주에서 임상1상을 마친 상태로 국내에서 3상을 준비 중이며 IVL3002는 호주에서 임상1/2상을 준비 중이다. 종근당의 경우 'CKD-843'과 'CKD-498'을 개발 중이다. 특히 현재 임상2상에 돌입한 CKD-498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 중인 사실상 유일한 여성용 탈모치료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봐야겠지만 시장을 선점한 치료제 대비 부작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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