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기차' 수요도 보조금도 줄었다…"동남아 진출 꿈인데"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4.02.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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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조금 자국우선주의의 명암④

편집자주 전기차 국고보조금이 결정됐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이는 보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국 기업 우선주의에 따른 보조금 정책이 가져 올 영향을 짚어본다.

'초소형 전기차' 수요도 보조금도 줄었다…"동남아 진출 꿈인데"


경쟁이 치열한 승용차와 버스 부문에 정부 보조금이 쏠리면서 국내 초소형 전기차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보조금이 줄어들며 일부 소형 전기차 생산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21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초소형 전기차는 577대로 전년 2715대에 비해 78.7% 감소했다. 초소형 전기차란 최고 출력 15kW 이하 전기차를 말한다. 국내에선 최고속도 시속 80㎞, 무게 600㎏(상업용차 750㎏) 이하로 제한을 받는다.



2021년 2798대, 2022년 2715대로 2년 연속 2000대를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초소형 전기차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2017년 768대(수입산 포함)에도 미치지 못한다.

'초소형 전기차' 수요도 보조금도 줄었다…"동남아 진출 꿈인데"
업체별로 보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업계 1위 규모 쎄보모빌리티는 영업을 대폭 축소한 상태로 파악된다. 디피코는 2022년 우정사업본부에 우편 배달용 차량 123대를 납품해 같은 해 총 판매량 600대로 업계 2위까지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72대를 판매했다. 이에 더해 디피코는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법정 관리를 받고 있다.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더 줄어든다. 환경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 승용차 성능보조금은 정액 350만원에서 정액 250만원으로 감소했다. 초소형 전기 화물차의 경우 정액 5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초소형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5000만원대 중·대형 전기차 보조금을 100만원 깎는 것과 2000만원도 안 되는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 100만원 깎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고사위기"라고 했다.

단종된 경상업용차인 '다마스·라보'를 대신해 초소형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던 자영업자들의 발길도 끊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초소형 자동차 업계 영업 담당자는 "그나마 구매를 고민하던 자영업자들도 보조금 이후 구매 의사를 철회한 실정"이라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세탁소를 운영중인 황모씨는 "원래도 200만~300만원 주고 중고 다마스 사는 게 낫다고들 했었는데 150만원(초소형 화물차 기준) 보조금이 줄었으니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동남아시아 등 수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인 만큼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2022년 72억7000만달러인 전세계 초소형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30년 180억50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5억대 이상의 이륜차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동남아시아는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수출지역 중 하나다. 초소형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천국인 동남아 진출을 꿈꾸고 있고 준비하고 있지만 자국의 지원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중소기업이 중심인 초소형 전기차 업계가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라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수만명이 사는 주거 밀집 지역인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1000곳 이상인데 이런 곳도 초소형 전기차가 개척 가능한 영역"이라며 "수출할 때 혜택을 주는 등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2019 희망배달 집배원 안전다짐 전기차 퍼레이드'의 모습./사진=뉴스12019년 1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2019 희망배달 집배원 안전다짐 전기차 퍼레이드'의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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