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라는데도…'슈퍼볼'에 수백억 또 쓴 중국 테무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2.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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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당 3억원' 슈퍼볼 광고·199억원 경품 제공 진행,
2022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두 번째 슈퍼볼 행사…
"최근 흔들린 미 성장세 잡으려 마케팅비 쏟아부어"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Shop like a billionaire)."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Temu)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에 등장했다.

슈퍼볼은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스포츠 경기로, 매년 1억명 이상이 시청한다. 이 때문에 경기 전후, 중간에 노출되는 '슈퍼볼 광고'는 전 세계 기업이 가장 눈독 들이는 홍보 채널로 꼽힌다. 슈퍼볼의 인기만큼 광고 비용도 상당해 슈퍼볼 광고에 나서는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이다. 그런데 테무는 2022년 9월 미국 시장 진출 1년 4개월 만에 두 번째 '슈퍼볼 광고'를 진행했다. 테무가 미국 시장 장악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테무는 올해 슈퍼볼에서 총 5건(중간광고 3건, 경기 종료 후 2건)의 광고를 진행하고 1500만달러(약 199억3050만원) 규모의 쿠폰과 경품 등을 제공했다. 이번 슈퍼볼에 투입된 테무의 마케팅 비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외신과 업계는 올해 슈퍼볼 광고 단가가 지난해보다 높게 책정됨에 따라 테무가 쓴 비용도 지난해보다 늘어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CNN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 광고비용은 30초당 650만~700만달러(86억~93억원)로, 1초당 비용이 3억원 수준이다.

/영상=테무 유투브 /영상=테무 유투브


다만 슈퍼볼 중계권을 가진 미국 CBS의 광고 평가에서 테무의 광고는 최하 등급인 'D'를 받았다. CBS는 "테무는 슈퍼볼 기간 중국 쇼핑 앱에서 저가 상품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 광고를 여러 차례 내보내 일부 시청자들이 당황했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똑같은 광고가 반복된다'는 비평을 내놨다.

"팔수록 손해"…과한 마케팅 비용 지적에도 올해 30억$ 지출 예상
지난해 테무는 미국 시장 진출 6개월도 채 안 된 시점에 진행한 슈퍼볼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지 리서치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미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다운로드 1위, 세계에선 8위를 기록했다. 또 올해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300% 증가한 5100만명에 달했다.

주요 외신은 테무가 그간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아마존을 넘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일인자가 되고자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테무의 마케팅 비용은 17억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30억달러로 추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무가 마케팅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쏟아부으며 아마존에 도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무의 마케팅 비용이 과할 정도로 많아 오히려 회사의 손실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테무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지난해 주문 한 건당 평균 7달러(9300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사이더인텔리전스의 스카이 카나브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무의 트래픽과 매출은 여전히 광고, 마케팅 예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수록 손해라는데도…'슈퍼볼'에 수백억 또 쓴 중국 테무
이런 지적에도 테무는 올해도 슈퍼볼 광고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최근 검색량, 매출 감소로 흔들리는 미국 시장 성장세가 테무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미 소비자데이터 분석업체 블룸버그 세컨드 메저에 따르면 올해 1월 테무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805% 폭증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4.8% 줄었다. 지난해 12월 매출도 전월 대비 12.5% 감소했다. 또 지난달 모건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3분의 1이 앞으로 3개월 동안 테무에서의 쇼핑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구글 트렌드 검색량은 슈퍼볼 광고 이후 급증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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