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N '현역가왕'
2019년 TV조선 ‘미스트롯’으로 촉발된 트로트 오디션은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들며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도 뜨겁다. 맏언니 격인 TV조선 ‘미스트롯3’와 MBN ‘현역가왕’ 모두 16%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괄목할 만한 점은,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현역가왕’이 ‘미스트롯3’의 성적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물론 최종 승자는 끝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지만, 이제는 자존심이 걸린 두 프로그램의 경쟁은 연초 방송가 최대 볼거리 중 하나다.
이틀 후인 8일 송출된 ‘미스트롯3’ 8회의 시청률은 16.0%였다. 방송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현역가왕’에 뒤졌다. 직전 주인 7회가 15.8%를 기록했으나 같은 주를 기준으로 하면 ‘현역가왕’에 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0.2%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그치며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MBN '현역가왕'
반면 ‘미스트롯3’는 아직 기회가 남았다. 4라운드까지 마친 ‘미스트롯3’는 15일부터 준결승을 시작한다. 준결승 2회차, 결승전 2회차 등 총 4회가 남아 있다. 항상 마지막회가 최고 성적을 냈던 것을 고려할 때 최종 스코어가 ‘현역가왕’보다 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생채기가 난 자존심을 회복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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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역가왕’과 ‘미스트롯3’의 접전 양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로트 오디션 역시 ‘2.0 체제’로 접어들 시기가 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스트롯3’는 기존 시즌 1, 2와 차별화된 지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로운 얼굴을 뽑는다지만 기존 시즌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이 건재한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얼굴과 팬덤을 창출하는데 한계가 뚜렷했다.
그래서 ‘현역가왕’은 새 얼굴이 아니라 익숙한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현역가왕’에서 두각을 보인 이들이 대부분 ‘미스트롯’ 시리즈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만약 ‘현역가왕’이 없었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미스트롯3’ 현역부로 등장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이들이 대거 ‘현역가왕’으로 몰리며 ‘미스트롯3’의 현역부는 헐거워졌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흐름은 이미 다른 장르 오디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오디션 열풍을 이끈 효시는 Mnet ‘슈퍼스타K’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허각과 존박이 맞붙었던 시즌2로 소위 ‘대박’을 냈지만, 시즌4의 우승자인 로이킴 이후로는 뚜렷하게 기억나는 우승자가 참가자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악동뮤지션, 이하이를 제외하면 역시나 존재감이 희미한 SBS ‘K팝스타’ 역시 매한가지다.
사진=TV CHOSUN '미스트롯3'
이런 맥락으로 볼 때 트로트 오디션 역시 향후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디테일한 부분을 챙길 필요가 있다. ‘현역가왕’은 트로트 가수 중에서도 ‘현역의 대결’에 무게를 실으며 후발주자인 MBN 트로트 프로그램으로 원조인 TV조선과 어깨를 견주는 데 성공했다. 향후에는 일본에서 진행된 ‘트롯걸 in 재팬’에서 뽑힌 톱7과 한일전을 꾸린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다 세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자명하다.
지난 5년 간 이어진 트로트 오디션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깼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트로트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스타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가운데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발굴되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주류 트로트 가수들의 평균 나잇대가 낮아지며 팬층 역시 젊어졌다.
이제 트로트는 세대 별로 가르는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니 트로트를 기반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반짝 흥행’이 아닌 ‘롱런’ 콘텐츠로서 입지를 굳힌 셈이다. 다만, 지속적인 시청자 유입과 시청률 유지를 위해서는 새롭게 변주해야 한다. 막연하게 신인을 선발하는 콘셉트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저인망 식으로 신인을 끌어다 쓴 결과다. 이제는 이렇게 발굴된 스타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