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꼼수'에 속수무책 "판도라TV 꼴 날라"…네카오도 전철 밟나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2024.02.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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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플랫폼법이 온다]②유튜브 국내시장 장악 도운 국내 규제 재현 우려

편집자주 거대 플랫폼기업의 시장 독점을 방지해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플랫폼경쟁촉진법. IT를 넘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이끌어 온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는 한목소리로 반대에 나섰다.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환영할 것 같은 IT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시장 환경을 풍성하게 만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해도 이들이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와 우려를 짚어본다.

판도라TV. /사진=판도라TV 홈페이지 캡처판도라TV. /사진=판도라TV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NAVER (188,600원 ▲300 +0.16%)), 구글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제2의 판도라TV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 차단을 위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법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면 기존 공정거래법보다 더 높은 과징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이 법은 구글, 애플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어렵고, 중국 플랫폼은 아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사실상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는 과거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몰락한 판도라TV 사태가 재현될 것으로 본다. 2004년 출범한 판도라TV는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09년 7월 '저작권법 삼진 아웃제'가 도입되면서 추락했다. 정부가 국내 플랫폼의 저작권 영상만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판도라TV는 지난해 2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유튜브는 이 틈을 빠르게 비집고 들어갔다. 유승희 당시 민주당 의원이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말 유튜브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페이지뷰 기준)은 2%에 불과했지만 저작권법 삼진 아웃제가 시행된 2009년엔 15%, 2013년에는 74%까지 증가했다. 물론 유튜브에도 법이 적용됐지만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 정부는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 결국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국민앱' 카카오톡까지 MAU(월간이용활성화수)에서 앞서며 국내 앱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달 3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디지털경제포럼이 주최한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 세미나에서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국내 점유율 1위였던 판도라TV가 규제로 인해 유튜브에 밀리고 난 후, 국내 VC(벤처캐피탈)들은 동영상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고 그 결과 관련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처럼 구글, 애플 등이 법망을 피해 '꼼수' 대응에 나서는 사이 네이버, 카카오 (47,800원 ▼800 -1.65%),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기업들만 성장이 억눌리고 피해를 볼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에 플랫폼법이 적용되더라도, 판도라TV 때처럼 사실상의 규제는 힘들 것"이라며 "결국 국내 플랫폼만 쥐어짜 내는 꼴이 되며, 해외 기업의 몸집만 불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아예 규정되지 않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침투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약진이 주목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올해 1월 MAU는 561만명이다. 쿠팡(3005만명), 당근(1732만명), 11번가(781만명)에 이어 4위지만, 전년 동기 대비 121.7% 증가했다.


업계는 중국 플랫폼의 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에 대적할 유일한 경쟁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오히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일 것"이라며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거대 자본을 동원한 공격적인 전략을 이어가면서 쿠팡을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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