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뻔해도 통하는 이유 "영화는 재미가 우선"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4.02.0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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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둘러싼 호불호에 대한 그의 생각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배우 마동석(52), 괜히 대한민국 최고의 액션 장인이 아니다. 경지에 도달한 액션 철학으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마동석은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영화 '황야' 공개로 새해 활동의 포문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황야'는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 작품. 마동석이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도 주연은 물론 기획·제작·각색 등 다방면으로 참여했다.

새롭게 탄생한 영화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물이다. 마동석은 주인공 남산으로 분해 장기인 타격감 넘치는 맨손 액션뿐만 아니라 총기, 마체테(정글도)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여 더 거칠고 강렬한 '마라 맛' 액션을 펼쳐냈다. '장르가 마동석'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을 견고히 했다.



특히 마동석은 '황야'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오랜 시간 다수의 작품을 함께 작업해온 무술 감독 허명행과 의기투합,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는 허명행 감독의 연출 데뷔 길을 열어준 바, 이들이 그간 쌓아온 신뢰 관계가 '황야'에 고스란히 담기며 보다 강력한 액션 시퀀스로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마동석, 뻔해도 통하는 이유 "영화는 재미가 우선" [인터뷰]


이에 '황야'는 공개 단 3일 만에 1,4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에선 2위로 우뚝 섰다.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 무려 82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안착하는 큰 호응을 얻고 뜨겁게 인기몰이 중인 '황야'다.

마동석은 1일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1위 했다니 뭐 좋죠(웃음).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특히 미국에서. 할리우드에서 이래저래 같이 일하고 있는 분들이 이메일, 전화를 많이 주셨는데 시차가 안 맞아서 다 받진 못했다. 재밌게 잘 봤다고, 혹시 2편이 나오는 건 아니냐 궁금해하시더라. '황야2'는 정해진 게 없고 생각만 해보고 있다"라고 1위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황야'는 마동석의 확장된 액션 스펙트럼으로 해외 시청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이에 마동석은 "마체테 디자인을 남산 캐릭터에 맞게 제작하고, 총기들도 권총, 장총 등 다양하게 활용했다. 제가 실제로 예전에 총기를 많이 써봤다. 청와대에 가서 사격도 해보고, 미국에선 사냥을 많이 했다. 사슴이랑 멧돼지를 잡아본 적도 있고, 이런 많은 경험이 남산 역할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나 할리우드에서 '황야' 말미 액션을 인상 깊게 보셨더라. 그 포인트를 살리려고 앞에서 달려나간 거라,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액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내 그는 "이렇게 높은 순위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저는 그저 열심히 만드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냥 하늘에 맡긴다. '황야'가 게임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서, 어쨌든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은 재밌게 볼 수 있겠다 그 정도 생각만 했다. 저는 원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크게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않는다"라고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마동석, 뻔해도 통하는 이유 "영화는 재미가 우선" [인터뷰]


하지만 '황야'는 성공적인 글로벌 성적표와 달리, 국내 시청자들에겐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마동석이 손꼽히는 액션 스타인 만큼 워낙 국내 영화 팬들에게 친숙한 탓에 '기시감이 든다'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던 것. 서사가 빈약하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마동석 역시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극과 극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소신 있게 분명한 작품 의도를 짚어냈다. 그는 "'황야'가 되게 어려웠던 게 원래 시나리오에 각 등장인물의 사연이 많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영화가 길었다. 근데 액션 영화를 3시간짜리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간결하게 하여 액션 위주의 영화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저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니라 공동 제작사 세 팀과 허명행 감독 등 여러 사람의 상의를 거쳐서, 액션을 중심으로 한 영화로 달려나간 거였다"라며 조목조목 차분히 해명했다.

오락성 충만한 액션, 선택과 집중에 힘쓴 마동석이다. 그는 "어쨌든 저는 영화를 통해 '엔터테이닝'을 하는 사람이다. '황야'는 순전히 거기에 목적을 뒀다. 서사는 다른 영화에서 만들면 되는 거고, 이 영화는 서사를 다 담으려면 액션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세계관을 선보일 때 설명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걸 다 들려줄 것이냐, 조금 불친절하더라도 액션 위주의 오락성을 강조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시점이 온다. 근데 '황야'는 이렇게나 액션신이 많은데 서사까지 집어넣게 되면 돈가스 전문점에 가서 곱창전골, 라면을 찾는 것과 비슷하게 되어버리더라. 저 역시 휴먼 드라마가 섞인 액션을 좋아하고 액션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록키' 같은 영화를 꼭 기획해 보고 싶지만, '황야' 같이 게임처럼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도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초반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넣어놨다. 지완(이준영), 은호(안지혜) 등 다 좋은 캐릭터들이라 서사들이 좀 있었다. 선생님(장영란)의 과거사도 다 있었는데, 설명이 너무 들어가다 보니까 액션 넣을 공간이 없어지더라. 애초에 오락 액션물로 기획한 건데 자꾸 다른 영화가 나오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많이 걷어냈다"라고 덧붙였다.

'황야'에 앞서 개봉된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와의 유사성 오해에 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또한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하며, 두 작품 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다. 다만 '황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대지진 발생이 더 미래로 흐른 시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에 황궁 아파트라는 같은 무대를 공유할 뿐, 세계관은 엄연히 다르다.

마동석은 "'황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랑 다른 결로 시작했다. 그래서 같은 아파트 배경을 지적하는 건 남산타워가 나왔다고 다 같은 세계관이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애초에 '황야'는 제안받았을 때 제가 마침 예전에 써놓은 8페이지 분량의 트리트먼트를 김보통 작가님, 곽재민 작가님에게 전달하여 새롭게 고쳐 시나리오를 써주신 거였다. 또 그걸 제가 각색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자연현상 세계관을 같이 썼을지는 모르겠다만, 세계관이라는 게 인간, 도덕적 등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 거 아니냐. '그 이후 얘기인가?', 이 정도 생각만 들게끔 그것들을 다 맞추려 하진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마동석, 뻔해도 통하는 이유 "영화는 재미가 우선" [인터뷰]
마동석은 기시감을 지운답시고 변신을 위한 변신을 꾀하기보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을 자랑,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와 '황야'엔 마동석이 나온다. 이는 영화를 기획하며 제작진, 감독님들이 마동석이 안 한 다른 캐릭터로 가져가야 유리할지, 마동석을 들고 가야 할지 고민한 결과다. 그렇지 않았다면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을 텐데 오락적인 액션물에선 마동석 그대로 가고 새로운 건 다른 데서 하자, 이게 전문가들이 논의하여 나온 의견이다. 어차피 기획될 때부터 이러한 의도가 있었기에, 당연히 제가 나오면 기시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쩌다 보니 '범죄도시' 세 시리즈가 (누적) 3,000만 관객이 들었고, 우리나라에선 제 영화를 즐겨 보시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실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마동석은 "근데 '범죄도시' 1편을 봤을 때 기시감이 있으면 2, 3편도 안 됐어야 하지 않나. 논리적으로 그게 맞죠. 그래서 제 생각은 영화는 그냥 재밌으면 보는 것 같다. 다양한 걸 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것조차 강박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도시'도 '황야'도 빌런이 떠서 재밌다고 그러는데 이 역시 어긋난 얘기다. 그게 아니라 결국 영화가 재밌어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도시', '황야'도 마동석이 나와서 기시감 든다고 하여 '그러면 내가 그만둬야겠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캐릭터에 저를 갖고 왔으면 좋겠다 하시면 마동석이 묻어나는 거고, 다른 방향이라면 다음 작품은 전작 '시동'처럼 마동석이 아닌 게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황야2'가 그렇게 만들어질 수도 있겠고, 또 '범죄도시4'의 경우가 톤이 완전히 바뀐다"라며 뚝심을 앞세웠다.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기나긴 무명 터널을 견뎌냈던 마동석이기에, 내면이 보통 단단한 게 아니었다. 마동석은 "저도 단역, 조연을 올라오며 여러 역할을 했다. 근데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나. 그 영화들이 잘 안 돼서. 잘 된 영화 위주로 보기 때문에 공교롭게 마동석이 쓰여진 캐릭터만 기억하시는데,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과거 액션 영화 자체가 많이 나오지 못했고 특히나 성룡, 드웨인 존슨 같이 본연의 매력을 살린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예전엔 마동석을 캐릭터화하자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했는데, 잘 되다 보니 이번에도 마동석으로 나오게 됐다. 본인 의지 반, 타인 의지 반으로 여태껏 그렇게 왔던 거 같다. 장르가 바뀌고 하면 다른 캐릭터를 할 기회가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다. 때가 다 있다고 생각해서, 급하게 찾아다니며 바꾸려는 노력을 지금은 굳이 하지 않는다"라며 올곧은 자세를 갖췄다.

'한국의 드웨인 존슨'이라는 극찬에 마동석은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근데 드웨인 존슨은 키 크고 잘생겨서 저랑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저는 외모가 좀 떨어지지 않나"라고 셀프 디스해 폭소를 유발했다.



장난기를 거두고 마동석은 누구보다 액션에 진심인 마음가짐을 표출했다. 그는 "제가 외모는 좀 부족해도 액션으론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걸 가장 중요한 배우의 덕목으로 여기는 분이 있을 텐데, 저는 액션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싸우고 헤쳐 나왔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에 굉장히 감사해하고 있다. 제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액션을 못하는 날이 올 거 아니냐. 한 기간에 몰아서 했다고 한들 그게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혹여 몸이 아픈 날이 오면 다른 장르를 할 수도 있고, 다른 길을 찾아 제작만 할 수도 있고, 액션 없는 드라마를 할 수도 있다. 이건 다 차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준비해놓은 액션이 많이 있다. 그것들까지 충분히 다 하고 싶다. 그래서 나이가 50이 넘었는데도 매주 국가대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고 있는 거다.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라고 뜨거운 열의를 과시했다.

마동석은 "제가 예전에 척추, 어깨, 발목 등이 부러지는 큰 사고를 겪긴 했지만 그만큼 재활을 굉장히 오래 해와서 건강하다. 아직은 (액션을) 다 할 수 있다. 하고 나면 나 혼자 아플 뿐이지만(웃음). 근데 진짜 아프면 그렇게 못 한다. 몸이 좀 더 좋아진다면 액션과 함께 추격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추격이 안 돼서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동석, 뻔해도 통하는 이유 "영화는 재미가 우선" [인터뷰]


특히 마동석은 "저는 영화를 통해 재미를 드리는 엔터테이너"라고 칭하며 끝없는 도전을 예고했다. 그는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영화로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살아내는 이 인생 자체도 쉽지 않지 않나. 그냥 영화를 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풀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한테는 영화가 그랬고,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어서. 분명 저 같은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에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 한다. 근데 그게 안 되는 작품도 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도전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건 더 불안하다"라고 터놓았다.

이러니 마동석의 액션이 세계적으로 통할 수밖에 없는 것. 더군다나 마동석은 "꼭 그럴 필요 없는데, 제가 추구하는 액션은 '진짜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 저 혼자만의 강박이다. 진짜로는 할 줄 모르는 기술을 얻어서 영화에 화려하게 보이는 것보다, 액션을 실제로 구현해 내는 게 제 지향점이라 아직까지도 계속 국가대표 선수들과 스파링 훈련을 하고 있는 이유다. 제 전문 분야가 복싱이고, 국가대표 출신 관장들과 함께 복싱장도 운영 중이다. 늘 어떻게 하면 액션이 진짜 같이 보일까 고민하는데, 그럴려면 진짜로 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진짜 때린다는 건 아니다. 복싱이 서로 다치게 하는 운동인데 아이러니하게 액션을 만들 때는 안 다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두 가지 다 연습을 따로 하고 있다"라는 철학을 내세워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

끝으로 마동석은 향후 계획도 밝혔다. 활발한 해외 활동을 예고했던 그는 "해외 작품으론 원래 가장 빠른 게 마블 새 영화였다. 아니면 '악인전' 미국 리메이크 버전이나 또 다른 액션물 두 작품, 이 4편 중 하나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번 할리우드 파업 여파로 진행이 밀렸다. 촬영을 이미 끝냈어야 했는데, 밀리는 바람에 시작이 안 되어 순서가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황야'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영화 '범죄도시4'까지 올해 공개가 확정된 작품만 무려 세 편이다. '범죄도시4' 또한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동석은 "'범죄도시4'는 톤은 무거운데 감정선이 세고, 그 와중에 코미디도 있다. 엄청 재밌는 게 담겼다"라고 귀띔해 개봉을 더욱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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