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화장지 업계에 따르면 외국산 화장지 원단을 가져다 국내에서 재단·포장만 한 뒤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화장지가 온라인몰과 홈쇼핑 등에 수두룩하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PB(자체브랜드) 상품 중 이런 사례가 많다. 이날 온라인몰 A에서 판매되는 롤 화장지는 표기가 국산품이지만 원단은 인도네시아산이다.
원단은 외국에서 만들었더라도 재단과 포장을 국내에서 했으니 국산이라 표기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표시광고공정화법, 위생용품관리법 등에 따르면 최종소비자가 원산지를 오인하도록 하면 안 돼, '국산' 표기만 하면 부정 표기라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석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제조국은 한국이라 하더라도 원산국은 원단 수입국을 표기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입산 원단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진다. 일례로 ISO 국제 표준에 따라 모 대학 연구진이 화장지의 물풀림 시험을 한 결과 국내산은 통과, 수입산은 통과하지 못 했다. 수입산 원단으로 만든 화장지는 변기를 막을 위험이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수입산 원단은 형광증백제 검출이 빈번하다. 국내 업계가 자체적으로 수입 원단을 구해 시험한 결과 원단에서 형광증백제가 A4용지(80mg/L)와 비슷한 72.5mg/L 검출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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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되는 것은 원단을 제조할 때 펄프에 종이자원(폐지)을 혼합하기 때문이다. 종이자원 속 인쇄용지의 형광증백제가 미량 검출되는 것이다.
형광증백제는 화학구조가 다양해 모든 증백제가 유해하지는 않고 국산 화장지, 셔츠, 속옷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무해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한국소비자원도 1995년 "명확한 유해물질로 규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산은 검증되지 않은 형광증백제를 사용해 유해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ISO 국제표준협회 위원이었던 김형진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만든 화장지 원단은 한국과 달리 증백제의 화학 구성을 모르는 데다, 화장지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증백제를 인위적으로 넣어서 문제"라며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활용촉진법상 공공기관은 재생 위생용지를 우선구매하도록 돼있다. 이에 형광증백제의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재생 화장지가 학교, 공공병원 등에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가 가성비이기는 하지만 수입산 원단으로 만든 화장지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국산'으로 둔갑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수입산 원단 제조 과정에 완제품에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