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사진제공=이호근 교수.
이런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자리한다. 전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일찌감치 현지 공장 설립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국이 극단적인 자국기업 보호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기업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불허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설립한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는 CATL이다. 시장 점유율이 35.9%에 달한다. 2위는 중국 BYD로 점유율 16.1%, 3위는 한국 LG에너지솔루션(14.1%)이다. 1년 전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였지만 BYD가 치고 올라왔다.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1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점유율 27.8%로 CATL(26.5%)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BYD는 6위로 밀린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에 기반한다는 근거다. 전 세계 신규 전기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는데, 중국 전기차는 주로 자국 배터리를 쓴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자국 제조업체에 몰아줘 시장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새 전쟁터인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재와 부품 조달처를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리튬·니켈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압도적으로 높다. 당장 수년 내로 중국산 광물을 대체하는 공급망을 갖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K-배터리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공장 현지화 등 우선 가능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