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C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4.0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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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타트업에 클럽딜(공동투자)로 들어가려는데 리드 투자사의 불만이 많았다. 우리가 1~2개월 뒤 투자하는데 자신들이 투자할 때와 같은 기업가치로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럴 거면 아예 참여하지 말라고 해서 투자가 무산될 뻔했다."

한 투자심사역이 털어놓은 일화다. 해당 스타트업으로선 투자가 차질을 빚으면 IR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지만 리드 투자사가 이런 문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분가치만 신경 썼다는 주장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벤처캐피탈(VC)들이 합심해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것이 훗날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근시안적 관점 아니냐는 지적이다.



'혹한기'라고 할 만큼 벤처투자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VC에 대한 불만이 소규모 VC는 물론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종종 들린다. 투자유치 이후 VC의 경영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는 업계에 끊이지 않는 논란이다.

지난해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VC가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며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 본래의 사업이라면, 지금은 당장 자동차를 만들어 팔 때라고 하면서 일단 자동차 부품부터 만들어 팔라고 한다"고 비유했다. 물론 이에 대해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VC업계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단순히 투자와 이익 관계만 따지는 것이 VC 투자업의 본질은 아니다. VC가 다른 금융기관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투자한 스타트업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성장을 돕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VC협회장인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투자업의 본질에 대해 "투자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촉매제"라고 표현한 바 있다. 주성진 엘앤에스벤처캐피탈 대표는 VC의 뜻을 '가치 창출(Value Creation)'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VC는 다양한 시장과 기업을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다른 VC의 투자 합류를 가로막거나 스타트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새해에는 앞선 두 대표의 말처럼 혁신 창업자들의 성공을 돕는 멘토같은 VC의 역할이 더욱 활성화하길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 VC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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