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 다진 증권사 수장들…'리스크 관리'에 입 모았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홍재영 기자, 김창현 기자 2024.01.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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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최고 경영자(CEO)들이 리스크 관리를 올해 최우선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라덕연 세력의 주가폭락 사태를 시작으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파두 뻥튀기 상장까지 영업일선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수천억원의 손실로 이어지는 뼈아픈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 CEO들이 모두 교체된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로 연초 자금시장 동향도 심상치 않다. 새 지휘봉을 잡은 CEO들은 효율적이고도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경영관리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각오 다진 증권사 수장들…'리스크 관리'에 입 모았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리테일 점유율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 (129,600원 ▼2,800 -2.11%)은 엄주성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첫 과제로 조직을 개편하고 내부 감사 기능 강화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신년 조직개편에서 감사본부를 신설한다. 현재 조직도상 감사는 이사회 소속 감사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내부에 1개의 감사팀을 뒀는데, 기존의 구조를 따르되 감사팀을 2개로 늘려 본부급으로 격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 이후 즉각 리스크관리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점검해 왔는데, 이 기능을 더 확대한다. 리스크 관리 TF 기능을 리스크와 신용공여 관리 두 축으로 나눠 각각 리스크관리본부 , 리테일총괄본부 산하에 두고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영풍제지 때 신용공여 관리 부실로 큰 손해를 입은 만큼 신용공여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눈에 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현재 감사조직 인원이 많지 않아 확대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논란이 이어졌던 하이투자증권도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영업 부문 리스크 관리를 강화를 위해 투자심사실을 투자심사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사후관리실도 신설해 산하에 사후관리부를 편제하고 대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현대차증권 (8,850원 ▼50 -0.56%)은 부동산 PF 관련 10개 조직 폐지를 결정하며 비부동산 부문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초 조직개편에서 부동산금융본부를 6실 체제에서 3실 체제로 축소했던 하나증권은 같은 해 하반기 조직개편 때 4실 체제로 소폭 확대했다.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주요 증권사 대표들은 증시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엄격한 내부통제를 주문했다.

금융위 제재 후 수장이 교체된 KB증권의 김성현·이홍구 대표는 "글로벌 이슈와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 역량을 강화해 고객의 자산과 회사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컴플라이언스·리스크관리 역량을 끊임없이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12,480원 ▼10 -0.08%) 대표는 '원칙'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고객과 자신과 회사를 지키는 일이고 원칙을 지키며 얻은 과실만이 진정한 성과"라며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금융투자회사가 되기 위해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증권 (7,480원 ▼110 -1.45%)은 리스크 관리를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대내외 요인에도 손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미섭·허선호 대표는 "비즈니스별 리스크요인과 투자가치를 잘 살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성환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선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구축을 예고했다. 그는 "작년 전사의 많은 부분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고 대규모 충당금도 쌓았다"며 "시스템 기반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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