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장 14만원에 파는데…"괜찮다" 현대차 주가 상승 왜?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3.12.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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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차량 아이오닉5N.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차량 아이오닉5N. /사진=현대차그룹.


러시아 공장 매각 이슈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내내 깜짝 실적을 경신하고도 '피크아웃' 우려 속 힘을 못 받던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반등기미를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현대차와 기아가 악재를 털어내고 있는 만큼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20일 오전 11시36분 기준 증시에서 현대차 (250,500원 ▲4,500 +1.83%)는 전 거래일 대비 5500원(2.86%) 오른 19만7700원에 기아 (105,600원 ▲2,100 +2.03%)는 전 거래일 대비 3500원(3.92%) 오른 9만2800원에 거래 중이다. 투자자들은 현대차가 저항선인 20만원 돌파 여부를 두고 이목이 쏠린다. 기아는 장중 전고점을 돌파한 데 이어 장중 9만29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건 러시아 공장 매각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현대차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지분 매각 안건을 승인했다. 현재 현대차는 러시아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와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재진출 가능성에 대비해 2년 안에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재구매) 조건을 계약에 포함했다.

그간 현대차에 러시아는 핵심 시장으로 꼽혀왔다. 한때 러시아에서 현대차는 외국계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부터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올해는 단 한 대의 차도 만들지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매각가는 단돈 1만루블(한화 약 14만원)에 불과하지만, 불확실성 요소를 제거했고 또 바이백 조건이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끝나면 공장을 되사들여 재가동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법인 장부가치 및 기존 손실 반영 분 고려 시, 매각에 따른 4분기 손실규모는 현대차 기준 4700억원 규모(영업외 손익 반영)로 추정된다"며 "기아는 지분법 인식에 따라 약 1400억원(30%)의 손실 반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4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예상 당기순이익 대비 각각 16%, 6% 정도로 실적에 큰 영향은 적다고 봤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번 러시아 생산법인(HMMR) 매각에 따라 올해 4분기 현대차는 4700억원, 기아는 14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당배당금(DPS)이 줄더라도 크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 불확실성 제거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 기대감도 있다. 미국에서 테슬라가 택한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전기차 표준 충전방식으로 채택돼 현대차와 기아도 수혜 기대감이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공학회는 기술정보보고서(TIR)를 내놓고 NACS를 표준으로 확정 지었는데, 현대차 그룹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한다. 지난 10월 현대차그룹은 내년 4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에 NACS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현기차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에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1~11월 미국 시장에서 151만579대를 판매해 기존 연간 기록인 148만9118대를 넘어섰다. 전년도 대비 판매량 증가세는 16개월째 이어갔다.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동차 수요가 줄더라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통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까지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환경규제 완화 가능성도 나오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유연생산체제를 구축한 만큼 전동화 흐름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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