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는 1년의 '3분의 1'이 비수기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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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데 국비는 남아요. 정부의 친환경차 목표만큼 전기차를 팔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국내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가 올해 전기차 판매 성장 둔화세에 대해 남긴 말이다. 국내 전기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1~11월 기준 10만4858대로, 전년(11만6419대)보다 9.9% 감소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전기차에도 불똥이 튀었다.



신기술과 값비싼 배터리로 무장한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일반적으로 비싼 편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이같은 가격 차이를 줄여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데 의의를 둔다. 최근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각국이 보조금을 축소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아직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보조금 규모를 확대했는데, 가라앉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달 소폭(1.7%) 늘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완성차업계에서는 보조금 집행 방식이 아쉽다는 분위기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지방비 매칭 펀드 방식으로 집행된다. 지자체 보조금이 떨어지면 국비가 남더라도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자체 보조금 없이 국고 보조금만 수령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하다.



올해의 경우 10월에 이미 수십여개 지자체의 보조금이 소진됐다. 국비가 남았음에도 해당 지자체에 사는 주민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매년 11~12월만 되면 전기차 판매량이 쪼그라드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전기차 판매량은 7501대로, 10월(1만5230대), 11월(1만3536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3월은 돼야 당해 보조금 규모가 확정돼 연초인 1~2월에도 판매량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의 3분의 1이 전기차 비수기인 셈이다.

지자체에서 남는 다른 재정을 전기차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등 추가로 확보하려해도 행정절차가 복잡해 손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일정 이상 채우지 못하면 대당 60만원의 벌금형 기여금을 내는 완성차업계가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이유다. 한국이 발 빠르게 친환경차로 전환하려면 보다 유연한 보조금 제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기차는 1년의 '3분의 1'이 비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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