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이트 또 만들면 돼" 제재 비웃는 불법도박…계좌 막는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정진솔 기자 2023.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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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2022.8.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2022.8.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검찰이 불법도박 관련 계좌를 지급정지 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1년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정해 계좌동결이 허용된 이후 12년 만에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1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불법도박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항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검은 법무부와 추가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한 뒤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2011년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정해 계좌 지급정지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제정됐다. 범죄피해자가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신청하거나, 수사기관이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된다며 관련 정보를 금융회사에 제공할 경우 해당 계좌가 전부 동결되는 식이다.

검찰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법도박을 뿌리째 뽑기 위해서는 이처럼 돈이 들어오는 계좌를 틀어막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불법도박을 제재하는 수단은 사이트폐쇄가 유일한데, 며칠만에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할 수 있다 보니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불법도박 사범들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의 경우 인터넷 사이트처럼 무제한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 도박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에 거주하는 도박사범들이 도박 한 번 굴릴 때마다 계좌에 들어오는 돈이 수백억에 달한다"며 "돈이 들어온 계좌를 막아버리면 그대로 범행이 끝난다. 그렇다고 대포통장을 계속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면 선제적으로 불법도박 계좌를 동결시킨 후 도박사범들을 계속 수사해 기소하고,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해 국고환수까지 가능해진다.


검찰은 계좌 지급정지가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수사기관만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수사기관 외에도 피해자가 간편하게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악용한 '통장협박' 같은 신종 범죄가 성행하는 등 악용 사례가 등장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쇼핑몰 등에 공개한 계좌번호로 소액을 송금한 후 해당 계좌를 신고하면 계좌가 지급정지 된다. 이때 피싱범들이 지급정지 해제를 미끼로 자영업자에게 돈을 요구한 뒤 돈만 받고 사라지는 범행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지금도 수사기관이 도박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금융회사에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에 이용된 계좌를 은행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부정계좌로 등록한 후 지급정지까지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급정지 여부는) 은행에서 판단하는 부분이다. 법에 딱 규정해주는 게 없으니 우리도 협조 요청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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